속보= 4.11 총선에 맞춰 정치권 공방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충남도청사 ‘처리방식’을 둘러싸고 일선 문화단체와 지역상인들까지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관련기사 3월19일자 프리즘 보도)

문제의 발단은 권선택 후보(자유선진당. 대전 중구)로부터 촉발됐다.
권 후보는 충남도청 이전과 동시에 현 충남도청을 전면 철거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제2캠퍼스 등 방송엔터테인먼트 관련 시설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에 새누리당 강창희 후보는 보존을 원칙으로 소유권을 대전시로 이전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고 활용을 위한 관련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으로 맞불을 놓았다. 통합민주당 이서령 후보는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복합센터를 건립하고 대전시 제2청사를 짓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도청사 활용문제가 정치권의 공약으로 번지자 이번에는 시민단체와 지역상인들까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대전문화연대는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무시한 채 일제 잔재라고 무조건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역의 역사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권 의원을 공격하고 나섰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2일 도청과 대전역을 잇는 ‘원도심 상가라인’의 상인들이 전면철거와 대학유치라는 카드로 권 의원의 공약을 지지하고 나섰다.

문화예술의거리 대흥동 및 은행동 상가번영회 회장(회장 장수현)은 22일 전국상가연합회대전시지부 이름으로 된 성명서를 발표했다.

‘충남도청사 철거를 찬성한다’는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이들은 “3500여 개의 영세사업자가 겨우 지탱하는 지역상권이고 고사될 위기에 있음에도 근대문화재보호를 운운하며 실체도 불분명한 활용방안만을 고집하는 단체와 현실성 없는 무방안과 이기적 사고를 가진 관계인들에게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도청이전부지 활용방안과 관련, 전면적인 재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더불어 충남도청사를 철거하고 이전부지에 국립대학을 유치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 본 시민들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철거나 보존이냐의 논리를 떠나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지에 대한 사전조율작업이 없다가 선거철이 되어서야 공방이 시작되었다는 것 자체부터가 곱지 않은 것이다.

은행동 거리에서 11년 째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A씨(46.자영업)는 “무엇이 되었든 현실성 있는 방안과 재원마련이 중요한 것”이라고 전제한 후, “최소한 해당지역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공청회나 설문조사도 없이 자신들에게 편리한 방식으로 공방을 벌이는 자체가 해프닝”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 B씨(52.대전 서구)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다는 취지에서는 십분 공감이 가지만 정작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청이나 도청에서 묵묵부답인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한 후, “도청사 활용문제는 비단 해당지역의 문제가 아닌 대전시민 전체의 현안인만큼 진지한 토론과 대안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가등록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충남도청사는 지난 2007년 12월 대선 당시에도 현 청사를 활용한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 건립' 공약이 제시되었지만 후속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채 꼬리를 감췄다.

이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논란이 격화된 도청사 활용문제는 정치권 공방을 넘어 대전지역 전체 현안으로 떠올라 이전작업이 본격화되는 금년 말까지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