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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진솔해 더 큰 감동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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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20  0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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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사람들은 옷을 입는다. 옷으로 알 몸둥이를 가린다. 그리고 꾸민다. 옷은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고 가시나 날카로운 것에서 우리 몸을 보호해준다. 그리고 각종 제복(군인, 경찰, 조종사, 기관사 등)은 특정 신분을 나타내주기도 한다. 언젠가 밥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은데 왜 <食, 衣, 住>라고 하지 않고 의식주(衣食住)로 ‘옷’을 먼저 말하느냐고 했더니 어떤 친구가 밥은 한끼 굶고도 밖에 나갈 수 있는데, 옷을 안 입고는 밖에 나갈 수 없으니 ‘옷’이 ‘밥’ 보다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럴듯한 해석이다. 그런데 어떤 시(詩)들은 마치 현미경(내시경)으로 인간의 속내(心)를 그대로 특수 촬영한 것처럼 너무 솔직해서 큰 감동을 주는 것이 있다. 그런 시를 몇 편 읽어보겠다.

①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조동화/나 하나 꽃 피어). ② “대나무 숲속에 슬쩍 앉혀 지은/우리집 황토 측간에는/밤이 아니라도, 뿔 돋은 도깨비가 살고 있어/어린날, 측간에 갈 때는/두 손으로 등불 들고 어머니가 따라갔지/엄마는 망을 보고/나는 치마를 올리고 측간에 앉아 있으면/대나무 숲에 사는 새들 속살거리고/총총한 별들 키들거렸지/작은 옹기만 한 내 뒤를/엄마가 쑥잎으로 닦아 줄 때면/쑥 향기 사방에 퍼져/으스스한 측간 도깨비들 꼼짝못하던/시골 공주의 행차/대나무 숲속 작은 황토 궁전에/하루에도 두어번/이런 소름 돋게 아름다운 행차가 있었지”(문정희/그리운 도깨비). ③ “호남선 터미널에 나가면/아직도 파김치 올라온다/고속버스 트렁크 열 때마다/비닐봉지에 싼 파김치 냄새//텃밭에서 자라 우북하였지만/소금 몇 줌에 기죽은 파들이/고춧가루를 벌겋게 뒤집어 쓰고/가끔 국물을 흘린다//호남선 터미널에 나가면/대처에 사는 자식들을 못 잊어/젖국에 절여진 뻣뻣한 파들이/파김치 되어 올라온다/우리들 어머니와 함께”(강형철/사랑을 위한 각서 8/파김치). ④ “양말을 빨아 널어 두고/이틀만에 걷었는데 걷다가 보니/아, 글쎄/웬 풀벌레인지 세상에/겨울 내내 지낼 자기 집을 양말 위에다/지어 놓았지 뭡니까/참 생각 없는 벌레입니다/하기사 벌레가 양말 따위를 알 리가 없겠지요/양말이 뭔지 알았다 하더라도/워낙 집 짓기가 급해서 이것저것 돌볼 틈이 없었겠지요/다음날 아침 출근길에/양말을 신으려고 무심코 벌레집을 떼어 내려다가/작은 집 속에서 깊이 잠든/벌레의 겨울잠이 다칠까 염려되어/나는 내년 봄까지/그 양말을 벽에 고이 걸어두기로 했습니다”(이동순/양말). 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삶이란/나 아닌 그 누구에게/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방 구들 선득선득 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연탄 차가 부릉부릉/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한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게 두려워/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생각하면/삶이란/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안도현/연탄 한 장).

요즘 중앙 난방 시스템으로 돼 있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연탄불 갈아가며 난방했던 과거의 가정주부 애로사항을 모를 것이다. 비데가 장치된 현대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옛날 푸세식 화장실이 무서워 어머니를 보초 세워 놓고 뒷간(廁間) 출입하던 때를 알 길이 없다. 그때의 진실을 다시 호출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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