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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과 안도현의 詩論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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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20  11: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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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시(詩)를 쓰려거든 여름 바다처럼 하거라/그 운(韻)은 출렁이는 바다에서 배울 것이며/그 율조(律調)의 변화는 저 썰물과 밀물의 움직임에서 본뜰 것이다//작은 물방울의 진동(振動)이 파도가 되고/그 파도의 진동이 바다 전체의 해류(海流)가 되는/신비하고 신비한 무한의 연속성으로 한 편의 시(詩)를 완성하거라/당시의 시(詩)는 늪처럼 썩어가는 물이 아니다/소금기가 많은 바닷물이어야 한다//그리고 시(詩)의 의미는 바닷물고기처럼 지느러미와/긴 꼬리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뭍에서 사는 짐승과 나무들은 표층(表層) 위로/모든 걸 드러내 보이지만 바다에서는 그렇지가 않다/작은 조개일망정 모래에 숨고, 해조(海藻)처럼 물고기떼들은/심층(深層)의 바다 밑으로 유영(遊泳) 한다//이 심층 속에서만 시(詩)의 의미는 산호처럼 값비싸다/시(詩)를 쓰려거든 여름 바다처럼 하거라/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바다는 대기(大氣)처럼 쉽게 더워지지 않는다/늘 차갑게 있거라/빛을 받아들이되 늘 차갑게 있거라//구름이 흐르고 갈매기가 난다 하기로, 그리고 태풍이/바다의 표면(表面)을 뒤덮어 놓는다 할지라도/해저(海底)의 고요함을 흔들 수는 없을 것이다/그 고요 속에 닻을 내리는 연습을 하거라/시(詩)를 쓴다는 것은 바로 닻을 던지는 일과도 같은 것이니.../시(詩)를 쓰려거든 여름 바다처럼 하거라/바다에는 말뚝을 박을 수도 없고, 담장을 쌓을 수도 없다//아무 자국도 남기지 않는다/바다처럼 텅 비어있는/공간(空間)이야말로 당신이 만드는 시(詩)의 자리이다/역사(歷史)까지도 운명(運命)까지도 표지(標識)를 남길 수 없는 공간.../그러나 그 넓은 바다가, 텅 빈 바다가, 아주 작은 진주(眞珠)를 키운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자라나고 있듯이/바다에서 한 톨의 진주가 커가고 있다//시(詩)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한 방울의 눈물을 티운다/그것을 결정(結晶) 시키고 성장(成長) 시킨다. 시(詩)를 쓰려거든 여름 바다처럼 하거라//바다는 무한(無限)하지는 않지만 영원한 것처럼 보이려 한다/위대(偉大)한 이 착각(錯覺) 때문에 거기서 헤엄치는 사람은 늘 행복(幸福)하다”(이어령/시를 쓰려거든 여름 바다처럼).

시(詩) 창작 이론을 바다에 비유하여 이렇게 일러주는 것이 참 고맙다. 안도현 시인도 시와 연애하는 법을 잘 일러주고 있다. ① 좋은 글 쓰려면 먼저 술과 연애와 친하라. ② 시는 몰입 끝에 찾아오는 ‘운명의 조타수’. ③ 뒷산에서 똥을 누다 시 한 수 얻다. ④ 익숙하면 의심하라 – 낯선 진실 드러난다. ⑤ 펜 끝에 힘을 빼라. 생각의 힘 살아난다. ⑥ 베끼고 또 베껴라. 시가 날아온다. ⑦ 무엇을 위해서도, 누구를 위해서도 쓰지 말라. ⑧ 놀고 방치하고 어슬렁거릴 수밖에. ⑨ 허리 낮춰 들여다봐. 달개비 속에 뭐가 보이나. ⑩ 낯선 생명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거야. ⑪ 고은에겐 누이 없고, 그 바다엔 우체국 없네. ⑫ 말이 늙으면 시는 죽으리. ⑬ 감정 드러낼수록 시적 영감은 반감된다. ⑭ ‘멧새 소리’ 간판에 애꿎은 명태와 나만 꽁꽁. ⑮ 행과 연의 화음으로 시를 ‘노래’하라. ⑯ 누에도 뽕잎 먹으면 비단실을 토하거늘. ⑰ 누더기의 삶. 그러나 눈부신 순간. ⑱ 머리도 심장도 아니다. 바로 온몸이다. 꾸미지 않아 아름답다. 단순함의 힘. 한낱 껍데기다. 마음속 푸른 나무 없이는. 소월의 ‘진달래꽃’도 3년을 고치고 고쳤느니. 별안간 시 한 줄이 내게 날아왔다. 보이지 않는 걸 보이게 만드는 그 말. 어머니의 사랑 ‘고봉밥’을 먼저 떠올려라. 사랑하라. 그러면 써질지니. 말과 말 사이의 침묵도 결국 말인 것을... 문학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한 글쓰기 정보다. 한겨레신문 문화면에 안도현 시인이 연재한 시론의 제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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