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가는 물론, 일반 서민들에게까지 주목을 받았던 반값등록금 문제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쟁점화되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대안도 없이 표심을 겨냥한 주장이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도 깊어지고 있다.

◇ 정치권, 원론은 ‘공감’ 방법은 ‘이견’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정당별 주요 정책이슈에 관한 기본입장’에 따르면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도 새누리당과 3개 야당의 생각이 확연하게 갈린 것으로 밝혀졌다.

새누리당은 장학금을 늘리고 학자금 대출 이자를 낮춰 부담을 줄이겠다고 한 반면, 야당은 등록금 인하를 공론화하고 공약으로 채택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새누리당은 국가장학금을 늘려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또 학자금 대출 이자를 2.9%까지 지금보다 1% 가량 낮추고 학점이나 소득 제한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대학 자체적으로도 외부 회계 감사 의무화 등을 통해 대학 회계를 투명하게 해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대학 등록금 수준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지만,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은 OECD 평균에 못 미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등록금 자체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통합진보당 또한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 등록금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지적하고 ‘반값등록금법’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법인전입금, 법정전입금 의무화, 대학 적립금 규제 강화 등을 통해 사립대학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자유선진당은 “오는 2016년까지 단계별로 등록금을 내려 총 30% 인하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또 비리·부실 대학 통폐합을 추진하고 대학 재학중에는 학자금 대출 이자는 면제해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 총선 앞두고 여야간 ‘정치적 공방’ 비화될 듯

급기야 이 같은 공방이 4.11 총선일이 다가오면서 26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19대 국회개원과 더불어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것을 제안했다.

한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정파를 뛰어넘어, 이념을 뛰어넘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 대표는 또 "민주당과 각계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계획과 재원조달 방안까지 완비해놓고 있다"며 "내국세의 일정 부분을 재원으로 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신설해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한 대표의 주장을 둘러싼 시각 또한 극명하게 엇갈린 양상이다. 일부에서는 ‘이명박 정권심판’이라는 큰 이슈 외 젊은 층을 겨냥할 표심이 없다는 점에서 반값등록금을 공론화하겠다는 것은 곧, ‘표심’을 얻어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반면, 일각에서는 올 들어 두 자리수 이하 등록금 인하 발표와 더불어 슬며시 사라진 등록금 문제가 이제라도 정치권에서 책임을 지고 후속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재정교부금 마련 등이 제시되었다는 점 자체가 진일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6개월 동안 잠잠했다가 왜 또 거론?

총선을 보름 여 앞두고 터져 나온 정치권의 공약쟁점은 최근 들어 방송을 탄 ‘등록금 꼼수’ 보도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수차례 지적된 바 있지만, 등록금 구성상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성회비는 건드리지 않고, 수업료만 내린 것 자체가 ‘눈가리고 아옹’식이라는 것.

여기에 스쿨버스 유료화는 물론, 수업시수 축소 등 갖가지 방법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학 측들의 경비축소 행태는 결국,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끔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장학금도 문제가 많다. 순수하게 지급되는 장학금 외 학자금 대출 형식으로 이뤄지는 장학금은 결국 부채가 되고, 졸업 후 취업이 되지 않을 경우 상환자체가 어려워져 신용불량자를 양산해 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불만마저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 학자금을 대출받아 신용불량자가 된 대학생 수만 3만명을 돌파했다.

26일 한국장학재단이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학자금 연체 및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 신용유의자는 3만2902명으로 전년 2만6200명보다 6702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출 인원은 136만3751명이고, 이중 연체 인원은 11만841명. 대출액은 8조7065억원으로 이중 연체 잔액은 525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일선 대학가에서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는 ‘반값 등록금’ 문제는 정치권의 ‘표심얻기식’ 논쟁 논란과 더불어 또다시 뜨거운 공방거리로 비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