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도시형 생활아파트 공급 등 여파로 대학가 주변에 때아닌 '세입자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도시형 주택 원룸내부의 모습.

대학가 주변 풀옵션도 일제히 임대료 내려

지난해 말까지 대전지역에 불어닥친 도시형 원룸 주택 건설 붐에 따라 대학가 주변에 때 아닌 ‘세입자 모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세입자 1명이 살림을 하기에 부족할 것이 없는 ‘풀옵션(TV, 냉장고, 세탁기, 인터넷 등) 원룸’ 품귀 현상이 불과 1년 사이에 공급물량이 넘치면서 공급 물량 대비 세입자 부족이라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까다로운 세입자라도 어떻게든 붙들어야 산다"

특히 대학가 주변에는 신학기가 시작되기 3개월도 되지 않는 12월 초 부터 세입자를 모집하기 위한 중개업자들의 홍보전단지가 무작위적으로 살포되는 등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까지 풀옵션 원룸 1실당 보증금 100만원에 월 35만원 내외로 형성되던 가격을 20% 이상 낮춘 보증금 50만원에 월 25만~30만원까지 내려 가면서 세입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세입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옵션으로 제시된 각종 물품들의 노후도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물론, 도배 상태까지 거론해 가며 월세를 줄여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일부 세입자들은 중개수수료를 깎아 주거나 아예 받지 말 것을 요구해 중개업자들이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임대자(건물주)의 눈치를 볼 정도라는 것이다.

임대기간도 1~2년에서 6개월 이하로 줄어

임대 기간 또한 예년과는 180도 달라졌다.
통상적으로 임대차보호법상 2년 계약은 기본임에도 세입자들 대부분은 1년을 요구하거나 이중 일부는 3개월~6개월 밖에 되지 않는 단기계약을 원하는 추세다.
세입자들이 이처럼 단기계약 쪽으로 선회한 이유는 일정 기간 거주한 후, 좋은 조건의 월세 자리가 나면 언제든 옮겨갈 수 있다는 여유에서다.

공급과다에 세입자가 옵션 요구조건 내걸어

이처럼 건물주와 세입자간 입장이 역전된 데는 지나친 공급과잉에서 찾을 수 있다. 각종 제세공과금을 빼고도 연 10% 내외로 형성되었던 임대수익률로 인해 너도 나도 원룸주택 신축에 나서면서 공급물량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학 주변을 중심으로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도시형 원룸아파트 신축 붐까지 겹치면서 대학가 주변은 ‘입맛에 맞는 세입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힘들다’는 소리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20여실에 이르는 3층 규모의 다중주택(일종의 다가구) 건물들은 기본 공실(10%인 2개)은 물론이거니와 빠져나간 세입자 자리 보충에도 힘겨운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임대수익률은 연 7~8%대까지 하락했고, 건물신축 당시 발생한 대출금 상환마저 어렵게 됐다.
그나마 신축 1년 미만 건물은 벽걸이 TV에 인덕션, 전자오븐렌지 등 콘도미니엄급 옵션을 갖춰 세입자 구하기가 비교적 쉬운 편이지만 5년 이상 된 건물은 업그레이드는 생각조차 하기 버거워 임대료를 대폭 낮춰서라도 세입자를 구해야 할 정도다.

건물주+중개업자 울며겨자먹기식 임대

1년 사이에 세 번이나 집을 옮겼다는 대학생 B모씨는 “요즘 왠만한 원룸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옵션이 완벽한 상태다 보니 남향이나 실내공간이 넓지 않으면 쳐다 보지도 않는다”며 “지난 학기까지 월 34만원에 살았는데 비슷한 조건의 방이 25만까지 내려가 조만간 이사짐을 다시 꾸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복학생 C모씨(26)도 “군 입대 전까지만 해도 방이 모자라 주인 몰래 친구 집에 얹혀 살 정도였지만 이젠 방이 넘쳐날 정도”라며 “그전 같으면 개학 전 일찌감치 방 구하기에 나서야 했는데 이제는 학기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집 구하기가 수월해져 중개업소를 찾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 근처에서 원룸중개업을 하는 A모씨(39) 또한 “건물주가 세입자를 고르는 시대는 이미 건너간 지 오래”라며 “세를 놓지 못하는 건물주도 답답하겠지만 중개수수료조차 주인에게만 받으라는 식의 세입자 배짱에 울분이 치밀 정도”라고 호소했다.
/장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