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제뉴스
오피니언대경칼럼
겨울도 따뜻했어라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대전경제뉴스  |  webmaster@dje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2.12.15  09:18:2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겨울에 날씨는 추워도 마음은 따뜻할 수 있다. 그래서 겨울은 겨울대로 의미가 있고 재미도 있다. 시인 퍼시.B.셀리(1792-1822)는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라고 노래했다.

이제 겨울을 살아온 시들을 찾아보자.

① “새벽 시내버스는/차창에 웬 찬란한 치장을 하고 달린다/엄동 혹한일수록/선연히 피는 성에꽃/이제 이 버스를 탔던/처녀, 총각, 아이, 어른/미용사, 외판원, 파출부, 실업자의/입김과 숨결이/간밤에 은밀히 만나 피워낸/번득이는 기막힌 아름다움/나는 무슨 전람회에 온 듯/자리를 옮겨 다니며 보고/다시 꽃 이파리 하나, 섬세하고도/차가운 아름다움에 취한다/어느 누구의 막막한 한숨이던가/어떤 더운 가슴이 토해낸 정열의 숨결이던가/일없이 정성스레 입김으로 손가락으로/성에 꽃 한 잎 지우고/이마를 대고 본다/덜컹거리는 창에 어리는 푸석한 얼굴/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여”(최두석/성에꽃).

이 시는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은 유리에 어린 입김으로 이미지화한 것이다. 옛날엔 시내버스에 요즘 같은 냉난방이 없었다. 추운 겨울에 버스를 타면 손발이 시려 왔다. 물론 차창에는 성에가 잔뜩 끼어 바깥 풍경이 안 보였다. 호기심으로 입김을 더해 조그만 구멍을 낸 후 바깥 풍경을 보면서 가곤 했다. 문명화된 요즘엔 보기도 힘든 차가운 시내버스 안 풍경이었다.

② “습자지처럼 얇게 쌓인 숫눈 위로/소쿠리 장수 할머니가 담양 오일장을 가면//할머니가 걸어간 길만 녹아/읍내 장터까지 긴 묵죽(墨竹)을 친다//아침 해가 나자 질척이는 먹물이 눈 속으로 스며들어 짙은 농담(濃淡)을 이루고//눈 속에 잠들어 있던 댓이파리/발자국들도 무리 지어 얇은 종이 위로 돋아나고//어린 나는 창틀에 베껴 그린 그림 한 장 끼워 놓고/싸륵 싸륵 눈 녹는 소리를 듣는다//대나무 허리가 우지끈 부러지지 않을 만큼/꼭 그만큼씩만 눈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손택수/묵죽).

시골길에서 눈이 내려 다져진 채 미끄러운 길이지만 오고 그는 사람들이 계속 밟고 다니다 보면 그곳부터 부분적으로 녹아서 흙바닥이 보인다. 그것은 또한 어떤 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김삿갓이 겨울철 마당에 쌓인 눈을 보고 눈(雪)이란 단어를 하나도 쓰지 않은 채 눈을 노래했다. “구주매화락(狗走梅花落), 계행죽엽성(鷄行竹葉成)”(개가 달려가니 매화꽃이 피어나고/닭이 지나가니 대나무 잎이 떨어지네). 눈 내린 마당에 개와 닭이 지나다닐 때 그 발자국이 매화꽃과 대나무 이파리 같다는 표현이다.

③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일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찬밥은 먹기도 쉽지 않지만/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찬밥을 먹던 사람/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깊은 밤에도/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집집마다 신(神)을 보낼 수 없어/신(神)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나, 오늘/세상의 찬밥이 되어”(문정희/찬밥).

우리가 찬밥이나 식은밥 신세가 돼 본 적이 있는가? 업신여김이나 냉대를 받는 경우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데 새밥이나 더운밥이 아니라 찬밥은 쓸모없는 입장이 된 것이니 삭막한 겨울 이미지와 맞닿는다. 식구들에게 따순밥과 생선 토막 다 먹이고 자신은 허기를 달래며 식구들이 자는 밤에 혼자 찬밥을 먹고 생선 가시를 핥는 우리들의 어머니 모습...

< 저작권자 © 대전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대전경제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대전 아00117  |  등록연월일 2011.12.14  |  제호 : 대전경제뉴스
발행인 : 한영섭  |  편집인 : 임향숙  |  논설실장 : 장준식  |  편집국장 : 한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경윤
전화/팩스 : 042-253-7300  |  공용메일 : dje4552@hanmail.net 우) 34942 대전시 중구 대종로 456, 2층 (대흥동)
Copyright 2011 대전경제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je455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