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권재 논설위원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에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래토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길로
이젠 그 누가 있어 이 외로움 견디며 살까
이젠 그 누가 있어 이 가슴 지키며 살까
아 저 하늘에 구름이나 될까
너 있는 그 먼 땅을 찾아 나설까
사람아 사람아 내 하나의 사람아
이 늦은 참회를 너는 아는지
-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백창우 작사, 작곡>

어느 음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흐른다. 여느 때 같으면 과거의 단절된 인연을 떠올리기도 하며 우수에 젖어보는 정도의 감성모드였을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시간을 살고 있는 요즈음은 TV를 보다가도 노래를 듣다가도 약간의 애틋한 분위가가 되면 그냥 울컥한다. 나뿐만이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리라.

그러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 예쁜 자녀를, 사랑하는 가족을, 사랑하는 친구를, 또 이웃을 한 순간에 잃은 사람들의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무엇으로도 위로될 수 없는 아픔, 슬픔을 어찌할까. 남의 일 같지 않은 전대미문의 대 참사에 어이없어 하며 그저 아~~, 입을 다물 수 없는 상실감으로 나도 모르게 진저리만 칠뿐. 세월호의 이름처럼 이 비극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가시지 않을 슬픔과 상처가 되어 두고두고 남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을 후빌 것이다. 어찌 해 볼 도리 없이...

우리는 작금에 겪고 있는 바와 같이 무능력하고도 무력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이 시대, 이 사회에서 숨을 쉬고 산다. 무척 화가 난다. 사고를 책임져야 할 사람들과 이를 관리해야 하는 국가조직에 막연히 욕을 하고 비난을 해댄다. 죽음으로도 씻지 못할 죄업을 진 사람들이나 주어진 임무에 나태함과 무능으로 무엇으로도 책임 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관련인사들, 마땅히 응분의 댓가는 각오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21세기의 국제사회에서 선진 국가반열에 도달했다는 우리의 조국, 위대한 대한민국이 이렇게 무기력하고도 무능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분명 능력 있는 나라다.

그러나 능력을 사용할 줄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할 줄 아는 사람이 그 자리에 없었을 뿐이다. 어찌 할 줄 모르는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예기다. 그런데 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 준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나와 너, 우리 모두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죄인인 셈이다.

얼마 전 청와대 홈페이지에 한 애니메이션 영화감독이라는 여성분이 장문의 글을 올려 인터넷상에 날개 단 듯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 대통령의 하야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글의 내용은 틀린 말 한 구석도 없이 구구절절 옳다는 생각이다. 하야를 원하는 한 개인의 생각, 아니 많은 사람들의 생각일 수 있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대안이 무엇인가를 묻고 싶다.

우리가 살면서 맘에 차지 않고 잘못된 것이 어디 한 두 가지랴. 일을 하다가 연장이 맘에 안 들거나 고장 나면 개조하거나 고쳐 쓴다. 처음부터 잘 생각하고 골라 사던지. 일상의 소소함도 그러할진대 국가대사를 어찌 쉽게 둘러멜 수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이 남의 탓이라 생각하면 그야말로 누군가 철없이 했다가 호되게 비난받았던 말, 미개한 국민이다. 모든 게 내 탓이다. 모든 시작은 개개인으로부터 말미암는다. 자신부터 성찰해야 한다는 자세와 실천으로 잘못된 부분을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세월이 가면 곧잘 잊어버린다. 세월호의 교훈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 사회가 이처럼 커다란 희생에 다소나마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희생된 영령들에게 이 나라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다짐을 한다. 앞으로는 열심히 참여하여 주어진 주권을 성실히 행사하겠노라고, 꼼꼼하게 살피고 살펴 그 자리에 맞는 깜냥을 선택하겠노라고, 그리하여 지극히 상식이 통하는, 나아가 그 무엇보다도 사람을 우선하여 귀하게 여기는 국가사회 건설에 일조하겠노라고... 

유권재/ 논설위원(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