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본지 대표

“농사를 지어 큰 이득을 보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농사를 지어 본 사람들이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충고 중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다. 이는 곧, 농사를 지어서 일확천금을 노리겠다는 생각에 앞서 자신이 흘린 땀과 노력의 댓가가 얼마나 값진 것인 지를 먼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아무리 애를 써봐야 인건비조차 건지기 힘들다’는 말의 역설적 표현이기도 하다.

날로 치솟는 고유가에 농자재 가격 인상, 설상가상격으로 아무리 농사가 잘 되어도 값이 폭락하면 주저앉고 마는 오늘의 농촌현실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다보니 그저 ‘인건비’ 하나 건진다는 심산으로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 같은 농심에 또 하나 멍에를 씌우는 것이 있다. 다름 아닌, 중간상들의 농간이 그것이다.

속칭 ‘밭떼기’로 표현되는 중간상인들은 풍작과 흉작에 관계없이 이득을 취한다. 농사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예상 매출액의 10% 내외로 계약금을 지불하고 일정 면적의 출하량에 대해 적정가격(?)으로 예약을 하는 시스템이다.

수확이 본격화되고 가격이 좋으면 그만큼 이득을 취하게 되고 가격이 폭락하면 매입자체를 포기하는 형식이다. 전자와 후자의 득실을 따져 봐도 중간상들은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

한 술 더 떠 일부 중간상들은 면적을 고집하지 않고, 아예 출하량으로 따져 후불지급하는 방식까지 취하고 있다. 이는 상품 기준으로 일정량에 대해 얼마를 지급하겠다는 양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에 피해는 농민만이 아니다. 아무리 산지에서 헐값에 출하된다 해도 최종 소비자는 몇 배에 이르는 값을 치러야 한다. 유통과정에서 이중 삼중의 ‘수수료(중간 이득)’이 얹혀지기 때문이다.

행여 가격이 폭등하면 어김없이 수입량을 늘리는게 정부 정책이다. 자유시장 논리에서 이 같은 행태에 브레이크를 걸 순 없지만, 면면을 들여다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원망이 터져 나온다.

뜬금없는 소리라 할 지 모르지만, 요즘 들어 카드사용자들에 대한 신용카드사와 가맹점들의 갈등을 보면 이와 유사한 것이 너무도 많다.

카드매출이 오르면 오르는데로 각종 수수료를 챙기고 떨어지면 떨어진데로 혜택을 줄이면 그만이라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싼 카드사와 가맹점의 갈등 속에 피해는 엉뚱하게 고객들로 돌아가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 및 은행권이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줄인 데 이어 체크카드의 포인트 적립혜택마저 줄이고 있다.

당장 일부 은행은 이달부터 체크카드의 OK캐시백 포인트 적립 한도를 월 최고 1만2000원에서 5000원으로 낮췄다.

적립률과 지급률을 낮추는 것은 물론 아예 서비스를 중단한 곳도 있다. 신한카드는 신협, 우체국과 연계한 체크카드와 '와이드패스' 체크카드에 대한 0.5% 캐시백 적립비율을 지난달부터 0.2%로 낮췄다.

또 'BC체크플러스 미래든', 'BC체크클러스 레저' 카드로 영화 예매 시 1500원을 할인해줬으나 이달부터 전월 이용액이 10만원 이상일 경우만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승인 금액의 1%를 무조건 캐시백으로 돌려줬지만, 내달부터는 1회 승인금액이 100만 원을 넘을 때만 캐시백을 적용해주고 지급률도 0.5%로 낮추기로 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속된 말로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가 그 이유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들이 누려온 혜택이나 이득과 관련, 가입자들은 얼마나 혜택을 보았을까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의문이다.

이 같은 행태는 비단, 카드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중 은행 또한 예금 대비 대출 마진에 대해서는 별 다른 말이 없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어김 없이 대출 금리를 속전속결로 올린다.

그도 모자라 정부가 대출억제 정책을 발표하면 또 다시 경쟁적으로 금리인상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예금 금리에 대해서는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어물쩍한 제스쳐을 취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은행과 카드사 모두 고객들을 담보로 영업을 한다. 모든 수익과 혜택의 근본이 고객인 것이다. 1차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를 담보로 자신이 취할 것은 모두 취한 채, 그들이 겪고 있는 한숨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아는 지, 아니면 모르는 체 하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장중식/대전경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