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14-15대 총장).

성경과 교양서적은 말조심에 대해 많은 교훈과 충고를 준다. 말을 적게 하는 자는 위험하지 않다. 말을 많이 하는 자가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①구화지문(口禍之門)이란 말이 있다. 풍도(馮道)란 사람은 당나라 말기에 태어나 후당에서 재상을 지낸 사람이다. 후진(後晉), 후한(後漢), 후주(後周) 등 여러 왕조를 겪으며 무려 11명의 왕을 섬겼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73세의 장수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경륜을 갖춘 그의 처세술 때문이었다. 전당서(全唐書)의 설시(舌詩)에 그의 말에 대한 교훈이 들어있다. “입은 재앙의 문이요./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간직하면/처신하는 곳마다 몸이 안전하고 편안하다”

②교언영색(巧言令色/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첨하는 태도)이란 말도 있다. ‘논어’의 ‘학이편’과 ‘양화편’에 나오는 말이다. “교묘한 말과 알랑거리는 태도에는 인(仁)이 적다” 교언(巧言)이란 물이 흐르듯 사람 마음에 거슬리지 않는 말 즉 달콤한 ‘아양’을 의미한다. 영색(令色)은 좋은 얼굴 표정이란 뜻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남의 눈에 잘 보이려는 태도를 가리킨다. 그래서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란 말이 있다. 지나치게 공손한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사람은 대개 결정적인 상황에서 변절하거나 배반해 본색을 드러내게 돼 있다. 면종복배(面從腹背) 즉 면전에선 복종하고 뒤에 가서 배신하는 사람일 수 있다. ‘자로편’에는 반대의 언급이 있다. “강과 의와 목과 눌은 인에 가깝다” (剛毅木訥近仁) 강직과 의연과 순박과 어눌함 즉 의지가 굳고 용기 있으며 꾸밈이 없고 말수가 적은 사람은 인(仁)에 가깝다는 말이다.

③구밀복검(口蜜腹劍/겉으로는 친절하나 마음속은 음흉함)이란 말도 있다. 당(唐)나라 황제인 현종(玄宗)은 어진 군주였지만 정치에 염증을 느끼게 되자 양귀비(楊貴妃)의 미색에 빠져 국사를 돌보지 않게 되었다. 이임보(李林甫)라는 간신이 있었는데 항상 현종(玄宗)의 측근에 있으면서 인사권을 독점하고 나라의 정치나 행정을 자기 마음대로 주물렀다. 그의 사람됨이 워낙 간교하고 음흉해 모두가 그를 두려워했다. 그는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겉으로는 미워하는 내색을 하지 않았고 도리어 임금에게 추천함으로써 상대방을 안심시킨 뒤에 뒤로 공작을 꾸며 밀어내는 수법을 쓰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입에는 꿀이 있고, 뱃속에는 칼이 있다”고 말했다.

④양약고구(良藥苦口/좋은 약은 입에 거슬리나 건강에는 이롭다)란 말이 있다. 천하의 패권을 두고 초패왕(楚覇王) 항우(項羽)와 다투던 한왕(漢王) 유방(劉邦)은 진(秦)나라 군사들을 격파하고 함양(咸陽)에 먼저 입성했다. 그러나 유방은 진나라 궁전의 호화찬란함과 궁녀들의 아름다움에 정신이 팔려 마음이 해이해졌다. 이때 장군 번쾌가 아직 천하를 다 정복한 것이 아니니 다른 곳에 진(陳)을 쳐야 한다고 충고했지만, 유방은 번쾌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군사(軍師) 장량(張良)이 나서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재보(財寶)와 미색에 현혹되어 진나라의 폭정을 본받으려 한다면 하(夏)나라의 걸(桀)왕이나 은나라의 주왕의 전철을 밟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것입니다” 원래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유익하고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忠言逆於耳利於行/毒藥苦於口而利於病)고 했습니다” 그러니 번쾌의 충언을 들으라고 했다. 이에 유방은 드디어 자기 잘못을 깨닫고 왕궁에서 벗어나 부근의 패상에 진을 쳤다.

이렇게 성공한 지도자들 옆에는 직언(直言), 충언(忠言)을 해주는 올곧은 책사(상담자)들이 있었다. 다윗왕이 왕권을 이용해 참전용사의 아내를 범했을 때 나단선지사가 스토리텔링을 통해 간접적으로 왕의 잘못을 지적해주었고 다윗은 회개를 통해 성공한 왕이 될 수 있었다.  ［대전경제=대전경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