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대표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보유가치와 미래가치,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전자는 나와 내 가족이 사는 주거개념으로 주변 환경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둬야 하고, 후자는 미래의 적정시점에 매도시 발생하는 차익을 고려해야 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삼척동자도 알만한 얘기’라고 일축하기 일쑤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두 가지 모두를 겸비한다면 금상첨화인 물건이다. 하지만, 이처럼 당연한 상식을 간과한 채 분위기에 휩쓸려 낭패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사례가 경매시장에서 발생하는 감정가격의 오류이다. 통상적으로 경매물건은 공시지가와 거래가격, 그리고 주변환경 등을 고려해 책정된다. 하지만, 비교적 가장 투명하다고 생각하는 공시지가가 감정가격에 그대로 반영된 사례는 전무하다.

금융권에서 채권보전을 위해 설정한 저당권은 경매과정에서 2순위로 밀리지 않는 한, 100%에 가까운 배당을 받는다. 감정가격의 60%에서 80%까지 대출이 이뤄졌다 해도 대부분 원금에 가까운 우선배당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찰에 있다. 아파트의 경우, 한 차례 유찰만 되어도 최초 감정가격의 30%가 떨어진 탓이다. 물론, 유찰된 이후 최저 가격 이상으로 응찰하는 수요자가 있기 때문에 채권팀의 걱정은 크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선순위 배당자(우선순위 세입자)가 존재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은행보다 앞선 권리의 세입자가 배당을 신청하지 않으면 낙찰자에게 전가가 되겠지만, 그 또한 응찰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해 낙찰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 설령 배당을 요구했다 하더라도 은행은 낙찰가격에서 그만큼의 손실을 감내해야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초 감정가에 있다. 아무리 공정하다 해도 금융채권팀에서 의뢰해 산출해 내는 감정가격의 공신력, 즉 실매매가와 차이가 있다면 접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의욕이 왕성한 초보자일수록 현장답사는 접어두고 공고나 생활정보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벌어졌던 사례를 살펴보자. 대전 둔산동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아파트 경매에 참가한 응찰자는 최종 낙찰허가를 받고도 매입을 포기해야만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초 감정가 2억 짜리 아파트가 1차 유찰되어 최저가 1억4000만원으로 떨어진 후, 경쟁자를 의식해 1억 7000만원을 적었던 것이다.

이 물건의 경우, 최종 낙찰이 이뤄지기 6개월 전 감정가와 현 시세와는 무려 4000만원이 발생한 것을 간과한 탓이다. 결론적으로 1억6000만원대면 로열층을 골라 살 수 있었음에도 공시된 감정가와 최저가격에만 눈이 쏠린 탓이다.

시세보다 후하게 매긴 감정가격도 문제지만, 발품을 팔지 않은 낙찰자의 부주의가 1000만원이라는 손실을 불러오고 말았다. 그나마 아파트 등 집합건물은 시세 확인이 비교적 간단하다. 발품 팔 여력이 없다면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 두 곳에 전화 두통이면 충분한 일이다.

단독주택의 경우, 본 건물 외 무허가 건물까지도 감정가에 포함되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낙찰을 받은 후, 구청에서 날아 온 철거통보서나 과태료 처분 등에는 무어라 답변할 말도, 대처할 방법도 없다. 울며 겨자를 먹듯, 그 피해 또한 고스란히 낙찰자의 몫이다.

사소한 실수 하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 경매시장이다. 내 눈에 보기 좋은 물건은 남 또한 마찬가지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 말처럼, 싼 물건이 팔리지 않는 것 또한 나름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다.

권리분석은 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지만, 발품은 스스로의 노력이 따르지 않는 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시세보다 싼 물건이 왜 유찰되었는지, 그 이유조차 따지지 않고 투자를 한다는 것은 백전필패의 ‘묻지마 투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장중식/본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