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대표

미국발 '광우병' 소식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는 고민끝(?)에 수입중단이 아닌 검역강화라는 카드를 제시했지만, 이를 지켜 본 국민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그만큼 오락가락을 거듭하는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에 뒤질세라 일반 대형마트들도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 판매금지와 재개를 오가며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안전성 여부에 앞서 이 같은 혼란은 정부의 태도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됐지만 정부의 대응이 일관되지 못하고 국내 소비시장과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단 정부로서는 "정확한 발병경위 등이 파악될 때까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했지만 정확한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기까지에는 빨라도 1달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미국 현지의 사정이나 미국 정부, 축산업계의 움직임 또한 자체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외신과 미국 농림당국의 발표에만 끌려 다니는 듯한 모습이 더 분통을 터뜨리게 한다.

미국 광우병 발병 소식이 전해진 25일 정부 방침이 오전 '검역 중단 적극 검토'에서 오후에는 '검역 강화'로 돌변하면서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 또한 따갑다. 한마디로 '갈팡질팡' 그 자체다.

광우병이 미국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네번째. 우리 정부는 지난 2003년 12월 미국에서 BSE가 발생하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뭔가 어물쩡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소비자들과 유통업자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정확한 현지흐름과 유통과정의 추적이 앞서야 했다. 국내에 반입된 양만 알고 있을 뿐, 그 물량이 어느 과정을 거쳐 최종 소비자들에게 흘러갔는지조차 파악치 못하고 있다. 전산시스템 제도가 도입되었다지만, 곳곳에서 누락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지 않은 것은 대국민 약속을 어겼다는 지적으로 모아진다.

3년 전을 거슬러 광우병 촛불시위 현장으로 돌아가 보자.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6월 정부는 신문 광고를 통해 '광우병 발생 시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했다.하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3개월 후인 2008년 9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면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반드시 검역 중단을 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넣어 슬그머니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그리고 지금와서는 '즉각 중지'가 아닌 '검역강화'라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것도 수입물량 전체가 아닌 10%에 불과한 무작위 표본조사 방식을 택했다. 물론, 전량을 조사하는데는 인력과 시스템 자체가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국민건강과 직결되었을 뿐 아니라 대국민과의 약속을 슬그머니 피해가려 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여론에 떠밀려 미국현지조사단이 출발했지만, 미국 측이 제시하는 장소와 자료만 살펴 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조사단이 아닌 견학단이라는 말 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 정부 관계자까지 나서 이번 사태와 관련, 수입중지를 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 감사의 표시를 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정부는 미국과 자국민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지 그 속내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장중식/본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