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전임기자

2012년 새해 벽두부터 경제문제가 화두다.
당장 올 한해 경제전망이 밝지 않다. 3%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 경제성장률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4%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이 요점이다.
이 같은 시점에서 언론들은 일제히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앙언론에서는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시점을 놓쳤다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그들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3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올해 물가상승률을 3% 수준으로 낮추려면 기준금리를 6%(현 3.25%)로 올려야 한다는 한은 내부 분석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또한 “한국은행이 성장 전망과 물가를 모두 고려한 적정 기준금리(테일러 준칙ㆍTaylor Rule)를 연 3.9%로 추정했다”며 “금통위가 지난해 금리 인상 시기를 놓치면서 물가가 4% 급등했다는 자체 고백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뒷받침 하는 근거로 기준금리 인상이 통상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 안정에 영향을 주는 만큼 지금 당장 금리를 한꺼번에 올리지 않는다면 올해 물가를 잡는 데 기준금리 카드는 효과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통위는 2010년 7월 이후 작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올렸으나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2.5%에서 4.2%로 상승곡선을 그린 바 있다. 금리 인상을 멈춘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물가상승률은 월평균 4.2%로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보도가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느냐에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도 문제지만, 물가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자는 셈범이다. 금리가 오르면 물가는 잡힐 지 모르지만 서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출금리 부담은 어떻게 해소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은 궁색하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이 ‘한국은행 금리 인상=시중은행 금리 인상’의 공식이다. 그냥 적당한 수준에 올리면 그러려니 하지만, 항시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이상의 금리를 적용해 왔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것도 대출금리는 ‘껑충’이고 예금금리는 ‘찔끔’이다.
속칭 예대마진(예금 대 대출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속성을 버릴 수 없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같은 데에도 불구하고, 기존 언론들은 금리 인상에 실기했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현 기준금리가 3.25%인 만큼 금통위가 적어도 세 차례 정도는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물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속적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서도 서서히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물가상승분을 고려한 실질금리가 10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는 데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개월째 4%대를 기록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3년 만기 국고채 실질금리는 지난달 -0.84%로 나타났고,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 3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연 3.36%(월평균)로 알려졌다.
실질금리는 작년 2월까지 플러스 상태였지만 3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특히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작년 하반기 마이너스 폭을 키웠다는 얘기다.

결국 금리 인상 실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여파로 투자자들이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지속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속사정이야 어찌되었든 서민의 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궁핍하다. 물가상승의 원인부터 분석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물가를 잡겠다고 하는 정부도 문제지만, 이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인 양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듯한 언론플레이는 뭔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
당장, 공공요금 인상을 주도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 거기에 거품논쟁이 식기도 전,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유가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해답도 없다.
무엇하나 명쾌한 답이 없는 가운데 언론을 앞세운 고도의 ‘대국민 떠보기’ 전략으로 비춰지는 금리인상 논쟁이 달가와 보이지 않는 1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