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본지 대표

잠을 자고 일어나기가 무섭게 속보로 날아드는 소식이 쌓인 조간신문을 더 이상 보기가 싫어진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사건 사고와 각종 뉴스에 좋은 일 보다 좋지 않은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일이 없을 수는 없다. 살다 보면 흐린 날도 있고, 맑은 날도 있듯이 세상이치 또한 ‘맑고 흐림’의 연속이다. 하지만, 5월 들어 유난히도 ‘흐린 소식’이 많아 안쓰럽다.

중생의 구제를 위해 정진해야 할 도반들의 ‘승려도박 사건’이 그렇고, 천하장사 출신 인사가 낀 ‘만병통치약 사기판매 사건’이 그렇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양, 경품에 당첨되었다며 제주관광상품권 등을 판매한 업체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이들의 행태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책임 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져야 하고 그에 따른 응분의 사법처리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남은 마지막 규범이자 경종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일련의 사건과 사고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의 불감증에 있다. 누군가가 지적했듯이 너무도 빨리 반응하고 너무도 빨리 잊는다는 것이 문제다. 우리에겐 너무도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전해진다. 엽기적인 살인과 폭력, 그리고 사기사건 등 하루에도 쏟아지는 사건 정보는 인터넷 매체를 도배하고도 남을 지경이다.

그 때 마다 분노하고 혀를 차는 것도 잠시다. 2~3개월만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지 않으면 무덤덤해지곤 한다.

물론, 매번 사건이 있을 때 마다 그것을 기억하고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 삶에 바쁜 현대인에게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 속에 중요한 ‘과오’가 있다.

영화와 게임에 중독된 사람들이 모방범죄를 시도한 사례가 많듯, 우리는 정작 걸러야 할 것과 거르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그렇다 보니, 매번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일시적 처방에 그치기 일쑤다. 그도 모자라 그보다 더 큰 사건에 묻혀버리곤 한다. 속칭 정치권에서 비아냥대는 ‘물타기’와 다르지 않는다.

재발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그보다 앞서 우리 모두는 ‘너무나 익숙한 일’로 치부되는 망각과 무관심을 반성해야 한다. 이 모든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