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혜영 논설위원

얼마 전 친한 선생님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 담임을 맡게 된 선생님이 수업 중 한 학생이 쓰레기통에 소변을 보는 행동을 했다는 말을 전해왔다. 그 선생님은 여자이고 교편을 잡은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이 있어서 어떻게 해야될지 난처했다는 하소연을 했다.

또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면 우리 센터에 오는 한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이다. 집에서도 엄마한테 “엄마 난 사춘기야”라고 하면서 버럭 화내고 따지기 일쑤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수업을 받으러 와서도 “선생님 우리는 사춘기라서 ......”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센터에는 중1 아이들이 많다. 곧 중2가 된다는 생각에 아이들은 자꾸만 중2병이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사춘기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특징이 몇가지 있다. 어쩐지 무기력하고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를 내고 그러다 “내가 왜 그러지?”생각하고 감정이 오락가락, 에너지는 넘치는데 분출할 곳은 딱히 없는 시절이다.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갑자기 찾아오는 사춘기에 당황하는 일이 많아진다. ‘내 아이는 안 그럴 거야’, ‘설마 우리애가’ 이렇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막상 그러한 행동을 보이면 당황해하는 부모들이 너무 많고 실제로 그러한 문제로 상담을 찾아오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한 때는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는 부모였지만 사춘기가 들어서면서 아이에게 세상의 전부는 친구가 되고 나의 고민을 친구에게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털어놓게 된다. 그런 것이 못마땅하고 배신감을 느끼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을 만나보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사춘기가 시작되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기가 태어나서 뒤집고 기고 서고 걷고 띠어다니는 한 단계 단계마다 부모들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한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고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내 아이는 반듯하게 잘 자랄거라 생각하고 예전만큼의 관심은 사라기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이들의 사춘기를 우리 부모님들이 한 발자국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내 아이가 바르게 자라도록 반드시 찾아오는 시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잘 아는 지인 중에 중2 자녀를 둔 학부모님이 있다. 어느날 아이가 “엄마 나 사춘기지?” 하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 말은 들은 엄마는 사춘기라고 인정하는 말을 하면 겉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이렇게 대답했다고 했다. “너 사춘기 지나갔어. 그 때 초등학교 6학년 때 너가 엄마한테 화내고 짜증 부리고 하던 시기 있잖아. 그때가 사춘기 였어. 지금은 아니야”라고 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자신이 사춘기가 지나갔다고 생각을 하고 평화로운 중2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사회가 북한공산당도 무서워하는 중2병이니? 사춘기니? 하면서 아이들을 더더욱 질풍노도의 시기로 몰아넣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오히려 사춘기 시절을 아이들이 어른이 되기 위한 도약단계로 인식하고 올바르게 지도해준다면 아이들에게는 행복의 시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은혜영/ 논설위원

전)몽골 국립 과학 기술대학교 교수
제주 납읍초, 어도초 등 자기주도학습 및 진로 강사
TMD 교육그룹 및 온드림 스쿨 강사
행복한 진로 ‘행진’ 제주지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