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납세자들 “2월 급여는 전부 세금으로” 불만 표출
‘후폭풍’ 예상 못한 정부, 대책조차 ‘유감’ 에 급급


‘13월의 월급’이라고 불린 연말정산이 ‘13월의 폭탄’으로 변질되고 있다. 어떻게든 나라에 낸 세금을 한 푼이라도 돌려받기 위해 밤새 계산기를 두드려 봤지만, 돌아오는 건 한숨 뿐이다. 여기에 일부 카드사들의 전산 오류, 급기야는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까지 나서 후유증 해소를 당부했지만, 납세자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특보단회의에서 "연말정산의 불편을 끼쳐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말 한마디의 의미를 애써 해석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이 말 그대로 ‘유감’이든, ‘사과’이든 간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안종범 수석이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세금은 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것도 매스컴을 통해 중계가 되었으니 일견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같은 문제가 꼭 그 자리에서 거론되어야 하는 것인가 의문도 적지 않았다.

잠시 뒷 담화를 접고, 본질을 살펴보자. 간단히 말해 이번 연말정산 시스템은 추가 납부세액이 예상보다 많은 경우가 속출하면서 납세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데 있다. 어떤 항목을 추가하고, 어떤 부분의 공제액을 줄이고 늘리는가는 큰 의미가 없다. 납세자들은 총액 기준으로 얼마를 돌려받을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하다. 특히, 돌려받을 돈보다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진다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이 같은 정황을 의식한 듯, 한국납세자연맹조차 “연봉 5500만원 이상 직장인의 경우 상당액을 세금으로 추가납부하면서 2월분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맹은 “적게 걷고 적게 환급받는 방식으로 간이세액표를 변경한 것이 마치 이번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대통령에게 보고됐지만, 사실은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뀐 것이 90% 이상의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연봉 7000만원 이상 직장인은 과세표준 상승과 함께 세율 또한 15%에서 25%, 25%에서 35%로 각각 10%포인트씩 오르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숫자 계산을 잠시 접어두고라도 논란의 핵심은 지난해 연맹 회원 1만682명을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결과로 연봉 5500만 원 이상 구간 근로소득자 70~83%의 세금 변동금액이 정부 발표치와 달랐다는데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납세자들은 정부 발표에 불신감이 쌓이고 있다.

실제 교육비와 의료비는 개인 부담이 큰 필요경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득공제해주는 것이 맞은데도 불구, 보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시스템까지 가동하며 납세자들의 편의에 주력했던 정부조차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하나카드, BC카드 등 4개사가 소득공제가 이뤄져야 할 결제금액을 누락하는 ‘대형사고’를 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통시장 사용분이 누락은 물론, 대중교통 이용금액에 포함되어야 할 고속버스 이용액도 누락됐다.

이 같은 일이 벌어졌음에도 카드사들은 ‘직원의 실수’ 또는 ‘오류’라는 말로 넘어가려 했다. 게다가 일부 카드사들은 신고기간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조회하면 수정본이 반영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한마디로 연말정산에 대한 사전준비와 검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연말정산을 다시 해야 하는 소비자만 약 29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활동인구 10명중 1명은 카드 오류로 혼란을 겪었지만, 이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등 관련당국은 별다은 제재나 해명조치가 미온적이었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으로 인해 직장인들은 세금을 뜯기는 ‘봉’이 돼버렸고, 정부는 국민 불신만 키우는 꼴이 됐다. 이 같은 법률을 심도있게 다뤄야 할 국회까지도 무능력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난 2013년 세법개정 당시 ‘덜 내고 덜 받는다’던 연말정산이 오히려 ‘더 내고 덜 받는’ 꼴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이 같은 불만이 폭발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연초부터 국민감정을 건드린 ‘담뱃세 인상’과 더불어 또 한 번 증세논란에 휩싸였다.

일각에서는 정부를 향해 ‘좀 더 솔직한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복지비용 증가로 세수가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실상을 알리고 그에 따른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는 자세를 가져 달라는 얘기다. 이리 저리 맞춰보아도 결국은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 한, 연말정산 역시 국민 공감대와는 멀어도 한참 멀어진 정책으로 전락하기 일보직전이다.

내수부진과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워진 가계살림에 또 하나의 짐을 얹어 놓고 만 연말정산 후폭풍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더 이상 ‘말장난’에 비유되는 언론플레이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책은 처음부터 제시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 납세자를 떠나 국민에 대한 예의다.

장중식/ 본지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