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본지 대표

세종시로부터 시작된 ‘청약불패’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두 자릿수 이상 불꽃 튀는 경쟁률을 기록했던 첫마을 아파트의 실입주가 시작되면서 분양가 대비 임대시장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6일부터 시작된 첫마을 1단계 아파트 2242가구에 이어 6월 하순에는 공공분양 3576가구, 공공임대 702가구 등 모두 4278가구에 이르는 2단계 입주가 시작된다.

1단계 아파트의 경우 올 6월 초 현재 88%의 입주율을 기록,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반면 2단계 아파트는 입주율 예상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게 현지 부동산 업자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물론 정부 부처이전이 본격화되는 9월이 넘어서야 그 실체가 드러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실수요(실입주자)와 가수요(세입자)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2단계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대비 전월세 비율은 최대 60%을 넘지 못하고 있다. A사가 분양한 24평형 전세가가 8500만 원 내외로 형성되었고, 32평형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65만원을 제시하는 선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이다. 이는 노은이나 둔산지구 대비 20% 이상 수익률이 떨어진 시세다.

일반 세입자들이 선호한다는 34평형 내외는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다. 평형수가 올라갈수록 전월세 가격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B건설사가 공급한 45평형은 전세가가 1억 3000만 원, 보증부 월세는 2000만 원 기준 월 65~70만원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조망권이 좋은 고층을 제외하고는 수요자 자체가 없어 세입자 우위현상까지 속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투자용으로 분양을 받은 일부 아파트 매수자들의 시름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다. 줄잡아 3억 원에 이르는 분양대금 중 계약금은 어떻게든 마련했고, 중도금 또한 준공까지 무이자로 최대 60%까지 받아 놓았으니 별 걱정이 없었지만, 입주를 코 앞에 둔 지금, 잔금은 물론 중도금 대출이자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

잔금이 모자라 제2금융권에 추가대출을 받은 계약자의 경우 월임대료 수입보다 대출이자가 더 많은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결국 이 같은 현상은 속칭 ‘프리미엄’을 겨냥한 투자자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져 분양가 이하로까지 분양권 전매를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물론 1단계 아파트 분양 초기만 하더라도 ‘금강 조망권’을 앞세워 최고 7000~8000만 원까지 프리미엄이 치솟았고 2단계 입주를 앞둔 현재까지도 일부 단지는 매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문제는 ‘세종 불패’라는 수식어로 치장된 일부 언론보도와 그에 편승한 ‘묻지마 투자’에 있다.

쉽게 말해 같은 아파트라도 조망권, 평형, 학군 등 입지여건에 따라 수천만 원의 프리미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분양행렬에 동참한 부류 또한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입주율과는 상관없이 임대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피해 또한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이 같은 내막에도 불구 일부 언론과 부동산컨설턴트는 여전히 ‘장밋빛 미래’를 늘어놓고 있다.

그들은 일제히 아파트 시장은 신규입주 후, 정주여건을 갖춘 2년이 넘어야 고점이라는 말로 투자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 술 더 떠 ‘세종시 훈풍’이 유성 노은 3, 4지구와 도안신도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말로 신규분양시장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향후 세종시와 노은지구~도안신도시를 잇는 아파트 분양행렬이 그들의 분석대로 ‘장밋빛 미래’가 될 지, 아니면 빼도 박도 못하는 ‘계륵(鷄肋)’이 될 지 예단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원칙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분양행렬에 동참하기 전, 본인의 자금력과 시장분석을 먼저 염두에 두고, ‘프리미엄’으로 치부되는 기대수익보다 임대를 비롯한 시장여건 악화에 따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마저 놓친 투자자에게 돌아오는 건 때늦은 후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