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구 박사

봄 향기가 물씬 배어난다. 대지에는 새싹들이 옹기종기 돋아나고 있다. 조석으로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는 봄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새해 시작 벽두부터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수도권에서부터 시작하여 지방까지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어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에 봄의 햇살론 처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금리를 낮춰주는 안심전환대출을 발표하지 마자 시중은행들에는 대출전환을 위한 손님들로 북새통이다. 안심전환 이틀째에 8조원이 소진되었다한다.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낮은 고정금리의 장기분할상환대출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안심대출금리는 2.65%대다. 현재 주택대출 금리보다 1%p가량 낮기 때문에 매력적인 대출조건의 상품이다. 은행별로 비상 대책반을 가동하는 진풍경도 연출될 만큼 대출 신청자가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안심대출은 11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부채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조치이다. 지난해 8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가 고금리 대출에서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효과를 내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을 줄였다면, 안심대출은 금리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안심대출의 출시가 가계부채의 리스크를 급격하게 줄여주는 것은 아니다. 중단기 원금상환이 가능한 사람에겐 큰 의미가 없다. 중도상환 수수료 등을 합치면 더 불리해 질 수 있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된다. 신청이전에 전문가로부터 상담을 한 후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실제 노무라증권은 24일 󰡒한국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2020년 초부터 급속히 악화할 것이며 장기 저성장으로 가계부채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이 2019년부터 급증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가계순자산이 대부분 주택으로 구성되면서 장기 저성장이나 디플레이션에 들어서면 가계부채 위험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특히 이부분의 리스크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저리의 대출 상품이 서민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여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에는 리스크가 줄어 드는 것은 아니다. 신규주택을 분양받거나 기존주택을 살 때, 대부분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일어난다. 실제 저금리 기조와 대출금리 하락으로 인해 대출을 끼고 집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전셋값이 오르고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다소 빛을 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수요다.

청약시장 열풍 역시 저금리에 따른 낮은 이자 부담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서민들은 빚내서 집사기로 내몰고 있다󰡓 라거나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라는 지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금융정책과 주택정책이 상충되지 않도록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청약시장 열기가 지속하면서 앞으로 중도금과 잔금 납부 등에 대한 대출 수요 증가 역시 걱정거리다. 2~3년 후 입주 시기에 경제상황과 가계의 대출규모, 자금사정이 여의치 못할 경우 건설사의 리스크는 증폭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택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대출규제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심대출을 포함한 전반적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개선책을 지금부터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안심대출의 경우 20조원 수준의 연간 총액을 상향 조정하고, 중산층에만 혜택이 부여된것을 가계부채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또한 주택 구입자금에 대한 기금 등을 통해 금융지원을 좀 더 확대하거나 취등록세 등을 포함한 세재지원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도입한 제도이다 보니 부작용도 예상된다. 지원대상이 중산층에 맞춰지다 보니 취약계층이나, 제2금융권, 오피스텔, 복합용도 건축물 등에 대한 다양한 저금리 대출방안도 향후 과제로 남는다. 원리금 상환에 애를 먹는 취약 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도 건설복지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하는 꿈을 실현하는 바램이다.

김만구 박사/ 전 대한건설협회 대전광역시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