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본지 대표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부동산 경기가 이번엔 주택담보대출로 그 불씨가 건너가고 있다.

‘전월세로 사느니 빚을 내서라도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가 아직도 만연한 지금, 어떤 이유로든 대출을 떠 안고 사는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 실수요자들이야 어떻게든 월세 부분에 해당하는 이자를 부담하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지만, 투자용으로 집을 산 사람의 고민이 더 깊다.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세종시와 도안신도시를 들여다 보면 비교적 진단이 쉬워진다. 속칭 ‘국민주택’이라 불리는 공급면적 기준 34평형 내외의 아파트를 청약한 사람들을 들여다 보자.

공급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당 800만원만 잡아도 2억8000여만원, 넉넉히 잡아 3억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중 내가 가진 자금은 50% 내외남짓, 그렇다면 나머지 50%는 중도금 대출이 불가피하다.

물론, 분양 후 전세를 내서 충당하면 되지만, 그 또한 부채이긴 마찬가지다. 문제는 자기 자본력이 열악한 투자자에게 있다. 중도금 대출이야 무이자 등으로 혜택을 보았다지만, 입주 이후부터는 고스란히 분양자 몫이다.

일정의 프리미엄을 붙여 전매할 요량으로 투자한 부류에게 부동산 경기 침체는 그야말로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일정 부분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 위해 또다시 ‘잔금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대 60%까지 내 주는 1금융권의 대출은 차치하고라도 추가적으로 조달한 제2금융권 금리부담까지 감내하려만 이만 저만 어려움이 아니다. 행여 전매권 양도가 안되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들어 가 살던지, 아니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매도를 해야 하든지.

이 같은 현상은 세종시 첫마을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분양가의 60%에도 못미치는 전세물량이 넘쳐나는가 하면, 은행대출이자도 감당치 못하는 월세조건이 바로 그것이다. 3억짜리 아파트 전세가격이 1억원이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원까지 떨어진 현실이다.

1억7000만원에 이르는 담보대출 금리가 최소 60만원은 넘는다고 가정할 경우, 이는 미래가치가 불투명하게 전개될 경우 손해만 고스란히 보게 된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현상은 무엇을 의미할까. 다름아닌 ‘묻지마 투자’의 발상에서 비롯된 계산착오다. 여기에 현지 부동산 브로커들이 낀 속칭 ‘폭탄돌리기’에 당한 꼴이다.

일정의 프리미엄은 어느 아파트에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실수요인지, 가수요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눈치빠른 사람들이야 ‘치고 빠지기’에 능하지만, 소식에 어둡고 현지 사정에 둔감한 이들에겐 늘 마지막 ‘폭탄’이 들려져 있을 수 밖에 없다.

핵심은 중도금 대출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 분양사에서는 예비입주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무이자’를 강조하지만, 이 같은 조건은 잔금납부일이 다가오면서 언제든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앞으로 분양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 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듯, 내가 원하는 물건이 어떤 용도인지, 어떤 시점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늘 염두에 두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는 사실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