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 주변 원룸 건물에 빼곡히 붙여진 '원룸 세입자용 방 홍보' 전단.

［대전경제=장중식］해마다 반복되는 대학가 세입자 모시기 전쟁이 극에 달할 정도로 가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공과금 무료에 1년치 월세 선납시 한 달치 월세를 깎아 주는 건물주까지 등장했다.

이로 인해 대학가 원룸 주변에 산재한 중개사들의 세입자 중개열기까지 과열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대학가 원룸은 한 달치 월세에 상, 하수도료와 가스사용료, 전기사용료, 인터넷, 유선방송비 등 5가지 공과금을 내는 형식이다. 1인 거주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300만원에 월 차임료와 공과금을 합산해 20~40만원 수준이다.

건축한 지 3~5년 이내의 신축 원룸은 평균 200만원에 월 30~35만원 수준이면 모든 비용이 무료다. 건축 10년이 넘은 원룸은 20만원까지 월세가 내려간다. 그나마 5대 공과금을 무료로 제공해 주는 건물주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이 같은 월세 가이드라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방을 찾는 학생 보다 남는 방이 더 많아, 수요 대비 공급이 넘치고 있다.

실제 충남대의 경우, 기숙사 수용율이 재학생 대비 20%에 육박했다. 5명 중 1명은 기숙사로 들어 간다. 그나마, 학업 도중 군 입대를 하거나 휴학을 하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4명 중 1명이라는 게 맞다.

원룸이 밀집되어 있는 궁동 일원에는 해마다 5~10개의 신축원룸이 들어섰고, 최근 들어 죽동지구에도 건물이 들어서면서 원룸 공급이 초과된 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로 부터 거리가 먼 지역의 원룸과 건축연한이 오래된 건물주가 세입자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평균 월세에 20% 정도까지 할인을 해 줘가며 빈방을 채웠지만, 올해는 그 가격에도 방을 찾는 학생이 없다. 이로 인해 24개의 방 중 3개의 공실이 발생했다.

이 같은 여파는 비단 건물주에 국한되지 않았다. 방을 소개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중개사무소들은 한 명의 세입자라도 더 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전단지를 붙이는 것은 물론, 학교 홈페이지까지 들어가 방을 소개할 정도다.

현행 규정상 중개 완료시 건물주와 세입자 양 측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야 하지만, 세입자에겐 아예 받을 생각도 하지 못한다. 미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건물주들이 법정 중개수수료에 웃돈을 얹어 주겠다고 하지만, 그 또한 녹록치 않다.

대전시 유성구 궁동에서 10년 째 중개업을 하는 A(45)씨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이전에 방을 놓지 못하면, 최소 한 학기는 공실이 불가피하다"며, "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에서 전세 또는 반전세 물량이 소진되었을 뿐, 순수한 월세는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개업자 B씨는 "아예 큰 방을 구해 2명이 비용을 부담하는 학생도 많이 늘어 났다"며, "중개수수료는 접어두고라도 원룸 주인들이 싼 값이라도 좋으니 공실만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주문이 늘었다"고 전했다.

대체적으로 1학년 신입생은 전무한 대학가 주변 원룸촌은 철저한 경제논리에 휘말렸다. 1년~2년으로 되어있는 임대차 기간도 무너지고 속칭 단기계약으로 불리는 6개월 짜리 계약은 물론, 심지어는 방학을 염두에 둔 4~5개월짜리 단기계약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4개월 남짓한 학기 생활을 마치고 방학기간은 친구집을 전전하거나 귀향했다가 다시 올라오는 '메뚜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흔한 하숙집은 스무 집 건너 한 집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라진 지 오래다. 왠만하면 학교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원룸 주변의 도시락 집이나 편의점 음식을 애용하는 층이 두터워진 탓이다. 한 끼 식사비용은 2000원에서 3000원 남짓. 손수 밥을 지어 먹는 자취생의 의미도 사라지고 있다.

더불어 어려워진 경기 만큼이나 건물주와 중개업자, 그리고 세입자들 모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