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위원장

거침없이 질주했던 KTX 민영화 논란에 급제동이 걸렸다.

▲ 대기중인 KTX

이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주축으로 국토해양부의 KTX의 경쟁체제 도입에 반대입장을 표명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특히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면에서 이번 비대위 결정은 정부를 넘어 친이계 진영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 비대위원장과 비대위가 정부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는 여당이 이 처럼 정부정책에 제동을 걸자 당정협의를 통해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같은 조치를 두고 본질과는 관계없이 정치권 일각에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이명박 정부와 선긋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실제 서울발 정치기사에서는 여당 고위관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번 일을 계기로 한나라당 비대위가 앞으로 이명박 정부와 정책 차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12일 오전 회의를 열어 KTX 경쟁체제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황영철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KTX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저렴하고 질 좋은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하고, 당정협의 등을 통해 방향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KTX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많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X 경쟁체제 도입은 국토부가 최근 청와대에 보고한 2012년 업무계획에 포함됐다. 굳이 설명하자면,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는 KTX에 민간 운영자를 참여시켜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철도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국가 재정부담도 완화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민영화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수도권과 호남고속철도 KTX가 완공되면 2015년부터 호남선(수서~목포), 경부선(수서~부산) 운영에 민간기업을 참여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구상이다.

이 같은 계획이 전해지자 당사자인 코레일과 야당, 시민단체 등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찬반 논란은 확산됐다. 공공성 훼손과 재정부담 확대, 대기업 특혜시비 등의 이유다.

황 대변인도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현정 비대위원이 트위터 등에서 KTX 경쟁체제 도입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다"고 전해 이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 등 지역정가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만만치 않다. 권 의원은 성명을 통해 "민영화 구상자체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있음>

결국 한나라당 수뇌부의 이번 결정은 박 위원장이 비대위를 통해 본격적으로 MB 정부와 선긋기에 나선 의미로 풀이된다. 비대위 출범 이후 정부 정책에 첫 반대 의사를 표현한 것인 동시에 KTX 경쟁체제 도입은 이미 청와대 보고까지 끝마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한영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은 "사전에 비대위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며 "조현정 비대위원이 혼자 한마디 한 것으로 비대위 전체 의견도 아닌 만큼 수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권 여당에서조차 반대입장을 표명한 만큼 민영화 자체는 사실상 폐기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코레일 관계자도 "국토부에서 공식적인 입장은 전달받지 못했지만 밀어부치기식으로 강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혀 민영화 추진이 녹록치 않음을 시사했다. /장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