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토지취득 및 보상규칙’을 개정해 이르면 오는 8월부터 공익사업에 농지가 수용될 때 영농손실보상금 상한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에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토부는 공익사업 등으로 농지가 수용될 경우, 농가가 받을 수 있는 영농손실보상액의 상한을 명시하는 내용의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지난 ’12.6월 입법예고를 마치고, 규제･법제심사 후 금년 8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국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영농손실보상금 기준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는 농가가 도매시장 거래실적과 같은 실제 소득자료를 제시하면 2년치 소득을 전액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 규칙이 개정될 경우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하는 ‘농축산물소득자료집’을 기준으로 이보다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작목별 평균소득의 1.5배까지만 보상된다.

특히 뛰어난 기술력으로 소득이 높은 시설작물을 재배하는 화훼･시설채소 농가들의 보상금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실제 시설장미 농사를 하다 농지를 수용당할 경우, 지금까지는 출하실적을 근거로 연간소득이 5000만원임을 입증하면 2년치 1억원을 보상받을 수 있었으나, 8월부터는 농축산물소득자료집에 나와 있는 시설장비 평균소득 1000만원의 1.5배에 2년치를 곱한 3000만원만 보상받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농민단체 등, 소득편차를 무시한 발상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한국농민회는 “손실보상상한제에 대해 우려와 분노가 크다”며, “작물별 실질소득보상 등 농촌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제하의 성명서를 통해 재개정을 촉구했다.

관계자는 또 “개정안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많은 시설자금을 투입해 높은 소득을 올리는 농가들을 차별하는 조치”라고 덧붙였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영농손실보상상한제는 350만 농업인과 농촌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비현실적인 기준”이라며 개정안의 수정을 촉구
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정부가 소수의 농가가 보상을 부풀려 받는다는 이유로 상한제를 실시한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소득을 입증한 농가까지 모두 피해를 입는다”며 즉각 보완을 요구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국토부가 과거 영농손실보상금을 받은 농가를 대상으로 바뀐 규정을 대입할 경우
대상 농가의 8%는 보상금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부농민들도 “토지가 수용된다면 무조건 버티는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부가 FTA로 고통받는 농민들을 지원하긴 커녕 오히려 의심을 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만든 것”이라며 비난했다.

국토부는 감사원 감사에서 일부 농민들이 규정을 악용해 지나치게 많은 보상금을 신청하는 사례가 있어 상한 규정을 둔 것으로, 영농손실 보상은 농작물 보상, 시설 이전물 보상 등 각종 보상 외에 간접보상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다른 보상체계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농가는 세금자료도 미약해 공동출하 실적까지 개인의 실적으로 잡는 등 손실이 부풀려질 가능성이 커 상한제를 둘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