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본지 대표

지난해까지 꼭지점을 향해 치달았던 대전과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주춤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청약열풍’이 불었던 도안신도시의 경우, 전매제한기한 중이지만 공공연하게 거래가 이뤄졌던 트리플시티 5블럭 분양권 프리미엄이 2000만원대 이하로 떨어진데다 수요자 또한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주변 부동산업자들의 귀뜸이다.

그보다 먼저 분양을 시행했던 타 블록 또한 거래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입주시기가 도래하면서 찾는 사람보다 물건을 내놓은 사람이 많은 것은 물론, 전월세 시장 또한 예상 밖으로 고전 중이다.

세종시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 첫마을 2단계의 경우, 7월 현재 13%에 불과한 입주율을 기록 중이다. 한 때 5000만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었던 첫마을 1단계 95.8%와는 극명하게 대조된 모습이다.

지난달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렸지만 매매는 한산하기만 하다. 입주 전 1000~4000만원까지 프리이엄이 치솟았던 일부 세대의 경우, 500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전월세 또한 33평형 기준으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 내외, 전세는 최저 1억 원까지 고개를 숙였다.

대전 도심인 둔산과 부도심인 노은지역과 비교해 볼 때, 전월세 가격이 60%를 조금 웃도는 선이다. 입주시기와 잔금납부 시한이 다가오면서 예비입주자들의 불안감 또한 확산되고 있다. 잔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지만 그 또한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둔산지역 주요 아파트 매매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가까이 빠진데다 수요마저 끊겼다. 이렇다보니 분양권 전매로 차익을 기대했던 투자세력들은 ‘빼지도 박지도 못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중도금 무이자 대출 등 혜택을 누렸지만, 당장 이달부터 이자를 물어야 하고 잔금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덤핑 임대’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대포장’을 살피지 못한 결과다. 아파트 분양 때마다 쏟아지는 매스컴의 홍보성 기사와 주변사람들의 입소문에 귀가 얇아질 수 밖에 없다.

속칭 ‘특집판’으로 다뤄지는 홍보성 기사는 110% ‘청약불패’를 다루기 마련이다. 분양사에서 생산한 내용들이 별 다른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전달된 탓이다. 현지 업자들의 입소문 또한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검증하기 어렵지만, 부동산 업자들끼리 프리미엄을 붙여가며 청약과 분양권 전매를 부추기는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종시의 경우, 한 업소가 가족과 친지 등을 총 동원해 몇 채의 물량을 가지고 일반 수요자는 물론, 동종 업자에까지 프리미엄 장사를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장황한 얘기는 접자. 은행 예금과는 달리 아파트 기대이익은 늘 변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 널려진 정보를 분석하는 지혜다. 포털사이트에 올랐던 기사 중, 20%도 안되는 ‘부정적 전망’ 기사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대전시에서 발표한 올 상반기 건축허가 대비 착공면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더불어 ‘세종시 훈풍’이라는 수식어까지 남발해 가며 홍보로 치장했던 노은3지구 분양기사 속에 묻힌 한 시공사의 ‘분양연기’ 이유도 살펴보자.

그래도 ‘올인’하고 싶다면 분명한 구입 목적과 시기를 살펴야 한다. 분양대금 조달방법과 입주, 또는 언제 팔아야 할 지 생각해 보자. 속물스러운 표현일 수 있지만, 사전에 ‘치고 빠지는 시기’를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모든 것조차 번거로운 투자자라면, 10년 넘도록 시골 땅에 묻거나 은행을 찾아 예금이자를 따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