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싸고 한은 측은 물가불안보다 경기침체에 무게를 실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이달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동결했다. 일부 인상 예상에도 불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거세지면서 7개월째 동결기조를 이어갔다. 이는 올 들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침체 전망에 물가인상을 일단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물론, 언제든지 금리 인상 카드는 유효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동안 김 총재가 꾸준히 강조해온 금리정상화(=금리인상)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날 금리 동결조치는 거시적 시각에서 국제경기와 국내경기가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을 감안,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통위 직후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김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도 상당히 중요한 결정"이라며 대외적인 여건과 우리경제의 특성 등 여러 변수를 면밀히 따져보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국내경기 전망에 '어렵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실제 이날 금통위 결정문에서도 보다 악화된 경기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내 경기와 관련, "성장세가 당분간 저조한 상태에 머물다가 점차 장기추세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밝혀 경기둔화를 사실상 인정했다. 또한 세계 경제는 "성장의 하방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며 커지는 리스크를 진행형으로 표현했다.

이날 의결문에서 '물가 안정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이란 문구를 '중기적 시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3%)에서 안정되도록'으로 대체한 것도 3%를 겨냥해 장기적 인플레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김 총재는 기회있을 때마다 개인 소신임을 전제하며 "인플레 기대심리가 아직은 높으며, 이를 관리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중요한 과제'라고 밝힌 점은 언제라도 금리인상을 할 수 있음을 내비친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행의 고민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대내외 경기 둔화는 금리동결 또는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인상은 금리인상의 필요성과 직결된다.

이와 관련, 일선 금융계에서는 "경기 둔화를 언급해 긴축으로 가기는 어렵겠지만,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며 "추가 악재가 없다면 연중 내내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장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금리인상은 피해갔지만,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닫고 국제경기가 호조세로 전환될 경우, 상반기 중 언제라도 금리인상은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전망이 교차되고 있다. /장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