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중 기자

대전 도안신도시 대단위 신규분양 여파로 기존 주택과 토지거래, 경매시장이 위축되는 등 신규거래와 기존거래 사이에 뚜렷한 ‘제로섬게임’ 양상이 나타났다. ‘바이플레이션’이란 표현도 가능하다.

지난해 부동산 업계에서 수도권 시장의 불황과 지방시장의 호황 등 양극화를 표현하는 ‘바이플레이션’이란 말이 유행했는데, 대전에서 ‘바이플레이션’이란 기존주택과 신규주택 거래 사이의 양극화를 표현하고 있다.

바이플레이션(Biflation)이란 인플레이션(Inflation)과 디플레이션(Deflation)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제적인 현상을 의미한다. 혼합적 양상이라는 의미에서 믹스플레이션(Mixflation)이라고도 한다.

금융분석가인 오스본 브라운이 지난 2003년 최초 도입한 용어로 최근 글로벌 경제에서 신흥국의 인플레이션과 선진국의 디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나, 공산품 등 상품가격은 상승하는데 부동산가격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도 이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 과학벨트가 '파이' 키웠지만

지난해 5월 과학벨트 거점지구 선정이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상승을 알리는 변곡점이었다면 9∼10월 도안신도시 신규분양이 다른 부동산 영역에 하강의 변곡점으로 작용했다는 증거는 토지거래 및 경매시장에서도 나타났다.

국토해양부 지가변동률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매월 0.1% 상승률을 이어가던 대전지역 땅값은 5월 과학벨트 선정 시점에 0.22%까지 급등했으나 8월 이후 0.1% 지지선이 무너지고 10월 0.08%까지 떨어졌다.

경매 낙찰가율도 마찬가지다.
대전지방법원에서 거래된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4∼5월 85.2%에 머물렀으나 과학벨트 선정 뒤인 6∼7월 105.6%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하반기인 8∼9월 89.5%, 10월 82.4% 등으로 뚜렷한 하락 국면을 보였다.

◆수요·공급 흐름을 잘 살펴봐야

‘제로섬게임’은 승자의 득점과 패자의 실점을 더하면 항상 제로(0)가 되는 게임을 의미한다.

과학벨트 거점지구 선정 효과로 꾸준히 상승하던 대전의 집값이 한 풀 꺾인 것은 도안신도시에서 8200세대 신규물량이 풀린 10월이었다.

10월 대전지역 집값 상승률은 0.8%대로 떨어지더니 11월 0.2%까지 급락했다. 12월 마이너스로 돌아서더니 줄곧 하락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때문에 올해 대전지역 부동산 경기에 대해 낙관보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도안신도시 독식효과로 투자금 쏠림현상이 나타난 상황에서 주머니를 열 만한 대형호재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타의 각종 경기지표도 모두 안 좋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경제의 기본인 수요·공급 흐름을 잘 살펴봐야만 한다. 대전지역 미분양주택 추이, 주택 인허가와 착공 실적 등 외부적으로 공개되는 통계를 면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시장 상황을 읽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흐름을 읽어야 길이 보이는 법이다.

김재중 /금강일보 부동산담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