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본지 대표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해 국민에게 선보였던 '알뜰주유소'가 뒷북을 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반 정유사들이 독과점한 주유소보다 원가를 줄여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에 주유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가 무색해 진 탓이다.

대전을 비롯, 충청권 대부분 지역의 알뜰주유소에서는 무상표 자영(자가폴·무폴)주유소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자료는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이채익(새누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른 것으로 지난달 25일 기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시도 중 10곳에서 알뜰 주유소의 평균 기름값이 자가폴보다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경유는 대전과 대구 등 3개 광역자치단체, 그리고 충북과 충남 등 총 11개 광역시·도에서 알뜰 주유소가 더 비쌌다.

대전지역 알뜰주유소는 1728.60원인 반면, 자가폴주유소는 1676.53원으로 조사되어 알뜰 주유소가 더 비싼 가격에 기름을 팔아오고 있음이 입증됐다. 충북 지역 알뜰주유소 또한 마찬가지로 경유 평균가는 1712.68원인 반면 자가폴주유소는 1693.26원으로, 알뜰주유소의 경유 값이 19.42원 더 높았다.

충남도 예외지역은 아니었다. 충남에 소재한 알뜰주유소가 1703.72원인데 비해 자가폴주유소는 1692.41원, 충남·북의 휘발유 평균가는 알뜰주유소가 더 낮지만 자가폴주유소와의 차이는 최대 3.82원에 불과하다.

휘발유 또한 마찬가지였다. 충북 지역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는 1882.35원이고 자가폴주유소는 1천884.75원으로 조사됐다.

충남은 알뜰주유소가 1885.72원, 자가폴주유소는 1889.54원, 대전지역은 1903.2원인 반면, 자가폴주유소는 1866.46원으로 나타났다. 대전지역의 경우 알뜰주유소가 휘발유·경유 모두 비쌌으며 차이는 휘발유 36.74원, 경유는 52.07원이다.

이에 대해 지경부 석유산업과는 “25일 하루치만 갖고 가격을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알뜰주유소가 본격 시행된 지난 4월 이후 7월까지 평균 가격은 알뜰주유소가 싼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보다 정확한 결과는 지경부 관계자 말대로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같은 자료만으로도 지경부가 얼마나 서민경제와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해 왔는가를 알 수 있다.

7월 말 현재 전국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알뜰주유소가 181곳,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알뜰주유소가 96곳, 농협이 운영하는 알뜰주유소가 357곳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밀어붙이는 계획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알뜰주유소를 1천곳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단순한 숫자늘리기에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상 따지고 보면 그동안 비싼 석유를 써왔던 이유는 간단하다. 정유사와 판매사, 그리고 거기에 붙은 세금이 과다한 탓이다.

무조선 싸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유통구조를 보다 면밀히 살펴 원가를 줄이는 길을 찾아야 한다. 더불어 암묵적으로 인정되어 왔던 '기름값 자율화'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따져 볼 때다. 그것만이 근본적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