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낙회 관세청장

지성감천(至誠感天)이라는 말이 있다. 중용(中庸)에 나오는 말로 지극한 정성이면 하늘이 감동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성감천에 이어져 쓰이는 '지성무식(至誠無息)'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감 때문인지 잘 사용되지 않는다. 지성무식의 뜻은 '지극한 정성은 쉬지 않는다'이다.

두 말을 연결해 보면, 지극한 정성이면 하늘을 감동시키지만 하늘을 감동시키려면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우리 사회에는 과거부터 이어온 뿌리 깊은 잘못된 관행·비리 등 비정상이 존재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지성감천과 지성무식의 끊임없는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정부는 지난 3월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를 열었다. 관세청을 비롯해 법무부, 국세청, 경찰청 등 7개 수사단속 기관이 모여서 공공, 민생, 경제·금융 3대 분야에서 부패 제거를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관세청은 해외 재산도피·자금세탁 등 '외환비리'와 밀수입·관세포탈 등 '무역비리' 제거에 조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국가 간에 이뤄지는 무역거래에서 비정상적 행위라고 하면 마약, 가짜상품, 불량 먹거리 등 불법물품의 밀수와 저가신고로 세금을 피하려는 탈세행위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무역거래에 실과 바늘처럼 이어지는 외환거래에도 불법행위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지난해 관세청이 적발해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준 '모뉴엘 사건'이 대표적이다. 모뉴엘은 5년간 3300여회에 걸쳐 저가의 상품을 홍콩의 유령회사 등으로 수출하면서 수출가격을 100배 이상 부풀려 세관에 신고했다.

이러한 조작된 수출실적을 이용해 금융권에서 3조2000억원을 대출받았고, 그중 일부는 해외로 빼돌려 도박자금과 주택구입 등에 사용했다. 결국 모뉴엘은 파산했고 그 부담은 일반 국민과 은행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말았다.

세월호 사고, 방산비리 등으로 인해 국민들은 상처를 받았고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부패 제거를 원하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있는 부패의 흔적들이 국가 발전의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하루속히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국민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어느 때보다 강한 척결의지와 지극한 노력을 함께 수반하면서 말이다.

관세청은 올해 무역 및 외환 비리와 전쟁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전쟁에 나서기 앞서 전열을 가다듬듯이 무역·외환 비리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해 수사단속 조직부터 재편했다. 전국 세관에 70여명으로 구성된 '국부유출 수사 전담팀'을 신설해 지난달부터 대대적인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수많은 무역거래 중에서 소수의 불법행위를 적발해내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에 비유할 만큼 어렵다. 기업의 회계장부, 외환거래 내역, 관련 규정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전문성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조사과정에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이나 국민들의 경제행위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없도록 세심한 집행이 요구된다. 그래서 수사 전담팀에는 가장 전문성이 뛰어난 인재들만을 골라 배치했다. 관세청 최고의 전문가들은 마치 실력 좋은 외과의사의 정교한 수술처럼 부패의 환부만 정확히 찾아내서 걷어낼 것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승산의 종류를 세 가지로 구분한다. 이길 확률이 높으면 다산(多算)이라 하고, 승산이 50% 미만이면 소산(少算), 승산이 없으면 무산(無算)이라고 한다. 경제국경에서 이뤄지는 비정상적인 무역·외환 비리와의 전쟁은 다산(多算)이 아닌 필산(必算)이 돼야 한다.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전쟁인 것이다. 이를 위해 관세청 모든 직원들은 수출입 현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무역비리와 외환비리가 완전히 사라져 우리 경제가 맑아질 때까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김낙회 관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