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불안했던 2012년 국내경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4%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 정부의 물가인상률은 물론, 경제성장률까지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 제재에 ‘발목’ 잡힌 국제유가

이번 유가파동 예고의 진원지는 이란산 원유의 수입중단에 있다.
세계 5위 원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이란은 2003년 전부터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 발표 이후, 서방국들의 견제대상이 되어 왔다. 가장 먼저 이란제재에 칼을 뽑아 든 미국은 원유수입(수출) 제한이라는 카드를 제시했고, 한국은 미국의 동참요구에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다 결국 미국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로 인해 이란산 원유 도입에 비상이 걸린 것.
이란산 원유는 국내 수입량의 9.7%를 차지한다.
특히 이란산 원유수입단가는 인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들은 물론, 북해산 원유보다도 배럴당 가격이 저렴하다. 많게는 10% 가까이 싼 가격으로 수입하던 것이 중단된다면 이를 대체할 산유국을 찾아야 한다. 행여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인다 해도 같은 물량을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여기에 원유수출량 세계 3위인 나이지리아도 북부 이슬람 세력과 남부 기독교 세력의 종교 갈등도 점점 불거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라크와 카자흐스탄 등 다른 원유수출국도국내사정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경제지표 수정 불가피” 지배적

유가가 오르면 수입 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한국경제 구조적 한계 때문에 그 파고는 고스란히 내수경제에 미친다. 원유를 바탕으로 한 산업자체가 위축되고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또한 동력이 약화된다.
결국, 4% 이상의 성장목표는 그 이하로 조정해야 한다. 물가인상률이 이를 넘어설 경우 내수경기는 극심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
거시경제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기름값 인상=서민경제 압박’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서민경제의 고충 또한 비례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경제학자들은 물론, 대다수 경제연구소에서 속속 발표되는 자료를 살펴보자. 이들은 “유가가 1% 상승할 경우, 약 6분기 동안 소비자물가는 0.104% 오르고, GDP는 0.04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또한 “유가가 1% 높아지면 소비자물가는 10분기 후까지 0.1% 오르고, GDP는 5분기 후 0.04%가량 떨어진다”고 추산했다.

기름값 고공행진에 서민 한숨만

유가가 지난해 상반기 수준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커진 만큼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각종 생활필수품의 동반상승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상반기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어버린 휘발유 가격은 곧바로 수입원자재 상승과 국내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이어졌다.
기름값 ‘쓰나미’ 학습효과를 경험했던 서민들은 정부와 매스컴에서 발표하는 “국제적 현상”이라는 말에 또 한 번 쓴웃음을 삼킬 수 밖에 없다.
설 연휴를 앞둔 1월 중순, 정부의 대책에 귀 기울이는 사람보다 허리띠를 먼저 쳐다보는 서민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주목할 시점이다. /장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