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기자

한국도로공사 김학송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불철주야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고생하시는 임직원, 그리고 유관기관 업체 여러분들께 심심한 위로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4천여명이 넘는 임직원과 하루 수백만대가 이용하는 고속도로 관리의 책임 경영자로서 얼마나 어깨가 무거우신지요.

꽃바람이 날리는 오늘, 전국의 주요 고속도로는 꽃구경만큼이나 넘쳐나는 차량과 행락인파로 붐볐습니다. 먹고 살기도 버거운 현실에서 그나마 삼삼오오 꽃이라도 구경하며 지친 삶을 힐링하는 우리는 차량정체 따위는 상관이 없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가족이 즐거웠다면 고속도로를 이용하며 겪어야 했던 불편쯤이야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기 때문이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혹 사장님께서는 전세나 월세를 살아 본 적이 있으신지요? 그것도 2년 단위로 오르기만 하는 보증금과 월세에 세입자로서 불안함을 느껴 본 적이 있는지요?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건설사의 폭리, 그리고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파는 아파트 가격은 결국 세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조성원가에 적정한 이윤을 얹어 분양을 하고, 그것을 매입한 건물주 또한 적정한 비용과 이윤을 감안하여 전, 월세를 놓는다는 것 쯤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아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와 보증금, 그리고 월세를 요구한다면 어떨까요? 그 동네를 떠나든지, 어디서 달러 빚이라도 내어야 하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뜬금없이 부동산 얘기를 꺼낸 이유는 다름 아닌, 도로공사 휴게소에 얽힌 불편한 진실을 알고 계신지 여쭙고자 함입니다.

전국 180개에 이르는 휴게소의 원 주인은 다름 아닌 도로공사입니다. 엄격히 말하자면, 그 주인은 국민의 혈세로부터 출발한 것이기에 국민의 것이 맞지만, 그 같은 논란은 잠시 접도록 하겠습니다.

고속도로를 개통하면서 도로공사는 휴게소를 조성한 다음 운영업체를 선정합니다. 물론, 적정 가격을 선정하고 엄격한 기준과 룰에 의해 선정작업을 마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후, 운영업체(낙찰자 또는 원청자)는 자신들이 직접 휴게소를 운영하거나 입점업체(하도급, 또는 재하청)를 모집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반영되는 임대료와 물품(용역 포함)가격이 적절한 가의 문제입니다. 도로공사로부터 운영권을 받은 업체는 이미 큰 부담(보증금 등)으로 출발하게 되고, 한푼이라도 더 이윤을 내기 위해서는 물품이나 용역비를 올려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손해를 보지 않으니까요.

도로공사 또한 할 말은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휴게소 조성비용과 일일 교통량 등을 면밀히 계산한 후, "이 정도면 최소한 얼마정도의 이익은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입찰기준가격을 선정할 것입니다.

그에 따른 불만과 불평도 접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월세의 개념을 넘어 도로공사는 백화점식 수익배분방식을 고수합니다. 즉, 월정 임대료가 아닌 매출 대비 이익분배라는 구조가 그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계를 거칠수록 이윤의 배분비율은 더 적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1000원짜리 물건 하나를 놓고 누군가가 10%에 이르는 100원을 가져가고, 또 다른 업체가 400원을 가져간다면, 최종적으로 영업을 하는 업체는 나머지 500원을 가지고 운영해야 합니다.

'먹이사슬'에서 가장 아랫단계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입점업자는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경영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행여 적자폭이 커진다면 그 업체는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결국, 직원을 감원하거나 물건을 판매하는 데 재료비를 줄일 수 밖에 없구요, 그도 아니라면 물건값을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도로공사 사장님,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

행여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거나 가게가 이런 방식으로 계약이 되고 관리가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건물주인이 임대계약을 하면서 "장사가 잘되면 그만큼 나에게 일정 몫을 줘야 한다" 또는 "이 집(가게)은 지난해 한 해동안 영업실적을 보니까 이익을 많이 냈더라"며 일정 비율을 더 내야 한다는 내용의 '특약조항'을 넣은 계약서를 작성한 후, 도장을 찍으라고 한다면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그와 같은 계약서를 받아든 업자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도장을 찍든가 짐을 싸야 합니다. 그것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는지,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 지는 유권해석이 필요하겠지요. 우리는 그저 상식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제적 논리와 도덕적 윤리기준에서 생각할 뿐입니다.

이 같은 주장이 억지라면, 찬찬히 들여다 봐 주시길 바랍니다. 도로공사와 휴게소 관리업체(위탁), 그리고 입점업체간 맺은 계약과 관리매뉴얼을.

고속도로를 오가며 어쩔 수 없이 들러야만 하는 휴게소. 거기서 기름을 넣고,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본적인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해야 하고, 기름값은 필수적 경비입니다. 하지만, 그 밖에 휴게소를 들러서 써야 하는 비용은 선택적 사항입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안 먹으면 그만이고, 도시락을 싸면 그만입니다. 한 그릇에 5000원을 호가하는 라면이나 우동도 둘이 사서 나눠 먹으면 그만입니다. 비빔밥 1인분을 시키고, 추가로 공기밥 하나 더 시켜서 고추장과 반찬을 넣고 2인분처럼 양을 늘려 나눠 먹은 손님을 보신적이 있는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처럼 아끼고 아껴서 고객이 지불한 비용은 누구의 주머니로 얼마만큼 들어가는 지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저, 우리가 지불한 비용이 '좀 비싸다'는 생각 밖에 없으니까요.

서설이 길었습니다. 각설하옵고, 한국도로공사 사장님께 간략한 요점만 추려 질문 드립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조성비용 대비 분양(임대)가가 과연 적정한지요. 또한, 그렇게 넘겨 받은 운영권자가 또 다시 입점업체를 선정한 후, 매출액에 따라 수익을 취하는 것 또한 올바른 일인지요.

교통량과 이용료 등 세세한 자료까지 분석해 가며, 매출액 대비 임대료를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으면서 '임대료 인상'이 아닌 '임대료 개선'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지요? 그것이 우리말 바로 쓰기인지, 아니면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소비자 우롱은 아닌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김학송 사장님은 공사 최고경영자로 취임하시기 전, 국회의원을 지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법률에 대해 먼저 알고 계실 것이라 사료되는 바, 이 같은 불공정 거래(계약)행위가 맞다면, 개선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휴게소에 별을 달아 주세요'라는 문구로 고객들에게 휴게소 평점을 매겨가면서까지 '업그레이드'에 열을 올리기전, 진정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되돌아 보실 의향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고객 대부분은 휴게소에 들를 때 이 휴게소의 실질 운영자가 누군지, 자신들이 지불하는 음식값중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대까지 도로공사와 운영업체가 임대료 명목으로 떼어가는 지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호텔수준의 화장실'도 좋고, '착한 상품'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가장 기본적인 가격과 서비스가 먼저가 아닐런지요. 하루가 멀다하고 홍보성 보도자료를 내보는 것 보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게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도로공사 최고 경영인인 사장님께 정중히 여쭙니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답변 없이, 이 같은 질문을 슬그머니 '변방의 목소리'로 치부하는 한, 도로공사는 더 이상 국민을 위한 공기업이라는 표현을 쓰기 어렵지 않을까요?.

지난달 22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2016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인’ 시상식에서 고객만족부문 대상을 수상하신 사장님, 뒤늦은 축하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와 같은 영광에 걸맞는 한국도로공사의 성실한 답변을 기대하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전경제뉴스 대표 선임기자 장중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