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본지 대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고학력실업자 문제가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취업자 수가 6개월 연속 1000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하반기 대학 졸업시즌이었던 지난 8월 전체 실업자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8월 기준으로 40%선을 넘어 선 것으로 보고됐다.

이유야 여러 가지이겠지만 쏟아지는 대졸자와 이를 수용치 못하는 취업시장이라는 ‘간편공식’으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떤 이는 이 같은 현상을 “대졸자 양산에 따른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자. 올 8월 전체 실업자 76만4000명 중 대졸 이상 학력자는 31만2000명. 전체에서 40.8%에 달하는 수치다. 10년 전인 2002년엔 28.8%에 비교한다면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난 비중이다.

문제는 어려워진 경기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대학진학률 상승으로 인해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극심해지는 것으로 보는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원하는 양질의 직장은 한정돼 있는데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젊은 이들은 자신의 눈높이를 낮추기를 거부하면서 자발적 실업을 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인력 수요와 공급 간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는 재정기획부 관계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는 지나친 ‘학력인플레이션’이 존재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특히 어떻게든 실업자 라는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취업보다는 보다 좋은 조건을 빌미로 차일피일 취업을 미루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

실제 재정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인력부족률은 2008년 2.8%에서 올해 상반기 3.4%까지 증가했지만, 4년제 대학 졸업 소요기간도 2005~2007년 졸업자의 경우 56개월이었으나 2008~2011년 졸업자는 67개월로 대폭 늘어났다. 그만큼 취업을 보류한 체 학교에 남아있는 부류가 많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 또한 만연하다. 지난 5월 경총이 전국 41개 대학 취업 준비생 74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중 34.2%가 대기업, 29.3%가 공공기관 취업을 원한 반면, 중소기업 취업을 희망한 이는 6.3%에 그쳤다.

만약 '희망하는 직장에 취업을 못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무려 43.0%가 '취업재수'를 선택했고 '하향 취업하겠다'는 답을 한 취업준비자는 18.0%에 그쳤다.

학력지상주의에서 비롯된 ‘묻지마 진학’도 그렇지만, 대학 진학 후에도 벌어지는 현상은 가관이다. ‘스펙쌓기’를 위해 토플이나 토익 등 어학은 기본이고, 전공과 무관한 분야의 공부 또한 부전공이 된 지 오래다.

물론, 취업당사에서 어떤 이유에서든 어학과 전공, 또는 업무적응능력을 잣대로 삼고 있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직장은 접어두고 무조건으로 달려가는 대기업 위주의 취업문화가 가장 큰 문제다.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은 더 이상 그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그에 편승한 젊은이들의 행태 또한 이 나라의 미래를 우울하게 만드는 건 아닌 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