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공기업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철도시설공단이 지난 20일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 적지 않은 파장이 예고된다. 사진은 철도공사와 시설공단 본사 사옥을 달리는 KTX.

［대전경제=장중식］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정부가 부처별로 산하 공공기관을 소집, 강공 드라이브에 나선 가운데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 20일 성과연봉제 도입을 전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해 철도관련 공기업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휩싸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9일을 기준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대상 120개 공공기관 가운데 노사합의 또는 이사회 의결을 거친 곳은 59곳. 지난 8일 53개 기관에서 10일여간 아시아문화원,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6곳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 같은 불똥이 철도관련 공기업에 튄 것은 지난 20일. 그러잖아도 성과연봉제와 관련, 노사간 첨예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인력규모가 큰 공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직원 수 기준으로 상위 10개사 가운데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한국전력, 한국농어촌공사 등 두 곳에 그친 가운데 이번에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가 도입된 시설공단에 이어 정부가 코레일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예상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지난 10일자로 전격 취임한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비공식적인 상견례 형식으로 '관례적 상급기관'으로 알려진 A장관을 1시간 넘게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정부의 공기업 개혁방향과 구조조정, 그리고 성과연봉제 시행 등 강도높은 주문이 논의되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홍순만 사장이 오랜기간 동안 국토부 주요 요직을 거친 인물인데다 현장과는 다소 동떨어진 '정책기획통'이라는 분석이 겹치면서 코레일 노조는 물론, 2만5천여 직원들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 5월 4일 성과연봉제 도입(사측요구)과 단체협약 갱신(노측요구)을 위한 노사 본교섭을 시작하는 등 실무교섭 3회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일 오후 4시를 기해 노사교섭과는 별도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 한국철도시설공단노조는 "회사측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4월 29일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사측 주도의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려다 노조에 발각되어 무산된 사례가 있었다"며 반박했다.

특히 노조측은 "한국철도시설공단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일방적으로 의결한 5월 20일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민생경제현안 점검회의에서 유일호 기재부 장관이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는 2015년 노사정 합의대로 기준을 마련하고 노사합의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새누리당 김광림 의원의 주장에 대해 '강압' 등 불법 논란 있음이 지적됐고, 정부는 불법과 탈법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발언 이후 공공기관에서 처음으로 발생된 불법사항이라 이후의 사태가 더욱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같은 불씨가 철도공사로 옮겨 붙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시각에 있다. 대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내년이 오기 전, 올 하반기 중으로 공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당장 올 상반기에 공기업 개혁드라이브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홍순만 사장 취임 후 예상됐던 실단장급 인사를 미뤄가며 코레일 직원 전반에 영향이 미칠 성과연봉제를 먼저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 감지되고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이 가시화될 경우, 올 하반기에는 노사간 물리적 충돌은 물론, 대규모 총파업 등 예상치 않은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