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박사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이다.’(Teaching is learning)란 교육속담이 있다. 실제로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가르친 것은 쉽게 잊혀지지 않고 오래 기억된다. 그래서 눈과 입과 귀로만 배운 것은 쉽게 망각되어도 몸으로 체험한 것은 오래 기억하게 된다.

‘예기’(禮記)에는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리를 모른다.”(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道)

이런 까닭으로 옛날에 왕 된 사람은 나라를 바로 세우고 백성들에게 임금노릇을 함에 ‘교’와 ‘학’을 우선으로 삼았다.(是故, 古之王者 建國君民 敎學先學)

비록 좋은 안주가 있더라도 먹지 않으면 그 맛을 알지 못하고, 비록 훌륭한 학문이 있더라도, 배우지 않으면 그 좋음을 모른다.(雖有佳肴, 不食, 不知其味/雖有至道, 不學, 不知其善也)

이런 까닭으로 배운 연후에 不足함을 알고 가르친 연후에야 막힘을 알게 된다.(是故, 知不足 然後 知不足하고 敎然後 知困) 부족함을 안 연후에 스스로 반성할 수 있고 막힘을 안 연후에 스스로 힘 쓸 수 있으니(知不足 然後 能自反, 知困然後 能自强)

그러므로 말하기를 남을 가르치는 일과 스승에게서 배우는 일이 서로 도와서 자기의 학업을 증진시킨다.(曰敎學相長)

‘史記’의 관중열전(管仲列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춘추시대 초엽 제(齊)나라에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라는 두 관리가 있었다.

이들은 죽마고우로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다. 관중은 한때 소백(小白)을 암살하려 하였으나 그가 먼저 귀국하여 환공(桓公)이라고 일컫고 공자규의 처형과 함께 관중을 압송하라고 요구했다. 환공이 압송돼 온 관중을 죽이려하자 포숙아가 엎드려 이렇게 진언했다.

“전하, 제(齊)나라라는 한 나라만 다스리는 것으로 만족하신다면 신(臣)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하오나 천하의 패자(霸者)가 되시려면 관중(管仲)을 벌하지 말고 기용하시옵소서.”

도량이 넓고 식견이 높은 환공은 자기가 신뢰하는 포숙아가 진정으로 아뢰는 진언을 받아들여 자기를 해하려 했던 관중을 대부(大夫)로 중용하고 정사를 맡겼다. 관중은 뒤에 포숙아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술회하고 있다.

“나는 젊어서 포숙아와 장사를 할 때 늘 이익금을 내가 더 많이 차지했었으나 그는 나를 욕심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가난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를 위해 한 사업이 실패하여 그를 궁지에 빠뜨린 일이 있었지만 나를 용렬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일에는 성패(成敗)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또 벼슬길에 나갔다가는 물러나곤 하였지만 나를 무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내게 운이 따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나는 싸움터에서도 도망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나를 겁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게 노모(老母)가 계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를 낳아주신 분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다.”

그래서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을 가리켜 “관포지교”(管鮑之交)라 하여 우정관계의 모범사례로 전해오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직장이나 정당 안에서도 이러한 우정사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성경에서도 스승과 제자의 만남, 친구와 친구의 만남이 적지 않게 나온다. 예수님과 12제자의 만남은 모범적인 사제동행, 졸탁동시(啐啄同時),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사례이다.

갈릴리 바다에서 살아있는 고기를 잡아 죽게 하던 어부를 불러 죽어있는 사람을 전도해 살리는 성직자로 바꾸어준 것은 얼마나 고귀한 사제관계인가? 어부로 일생을 마쳤다면 로마의 대성당에 ‘성 베드로’(St. Peter)란 이름이 붙을 수 있었을까? 살신성인한 위인들이 당대에는 고생하고 불행했지만 역사적 안목으로 볼 때 정말로 성공한 인물들이 아니던가?

바울사도와 디모데의 만남도 모범적인 선후배, 바람직한 동업자, 본받을 만한 사제관계가 아니던가? 훌륭한 스승과 착실한 제자의 만남이 모든 교육자들의 소망이 아니겠는가?

또한 다윗과 요나단의 만남도 참된 우정의 모범사례다. 요나단은 다윗을 죽이려고 쫓아다니던 사울왕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다윗을 없애버리려고 찾아다니는데 아들은 그 다윗과 친구사이다. 요나단은 자기 대신 다윗이 왕이 될 것을 예상했지만 자기 아버지가 다윗을 죽이려할 때 피신토록 도와줬다.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요나단이 전사하자 다윗은 애가(哀歌)를 지었고(삼하 1:26) 그의 아들 므비보셋을 친자식같이 아껴주었으니(삼하9:3-11) 이 또한 본받을만한 우정이었다.

김형태 박사/ 전 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