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경제=장중식］계속되는 무더위에 냉방용품 사용급증에 따른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시민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도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폭탄 요금'으로 서민들의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이어진데 따른 것이다.

전국적으로 한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산업용에 비해 가파른 상승 곡선을 유지하고 있는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에 대한 불만은 급기야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700여명, 이날 저녁 7시 기준 571명 등 1200여명의 시민들이 누진제 소송 참여를 신청했다. 본 소송에 참여하는 누적 인원수는 24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를 상대로 한 이 소송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45·법무법인 인강)가 지난 2014년 8월부터 누진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 소송을 이끌고 있다.

당시 정모씨 등 21명을 대리해 "각 가정으로부터 부당하게 받아온 전기요금을 돌려달라"며 한전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낸 바 있다. 이후 서울과 대전 등 전국적으로 번진 이 소송은 7건으로 올해까지 총 600여명이 현재 소송에 참여 중이다.
 

문제의 핵심은 가정용에 비해 누진제 적용이 되지 않는 산업용 전기요금과의 형평성에 모아진다. 한전은 주택용 전력에만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단가가 크게 올라가는 요금체제를 수십년 째 유지 중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사용량이 비교적 일정한 산업용에 비해 절감홍보 효과가 큰 가정용에 누진제 요금 적용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무더위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가정용 냉방제품이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품으로 정착된 지 오래하는 데 문제가 있다.

평균 10가구당 8가구에 가까운 주택에서 에어컨을 보유한 시점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에 에어컨 사용량이 많아지는 여름이 되면 매년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 우려 때문에 전기를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구조다.

6단계의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는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일종의 '약관' 형태로 한전 측에서 일방적으로 고지했다는 것이 소송제기 측의 주장이다.

이에 따른 한전 측의 반박 또한 만만치 않다. 한전은 "공익적 목적으로 누진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계절과 시가별로 요금에 차등을 두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를 지켜 본 시민 A씨(대전시 서구 둔산동)는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전기요금 부과체계 자체가 수십 년 째 경제성장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산업용에는 혜택을 주고, 서민들에게 손해를 떠 안기는 구조는 근본부터 잘못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누진제 적용과 관련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등 국회차원에서 해마다 이 문제에 대해 관련법률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정부와 한전 측이 어떤 반응과 대책을 제시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