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기자

11월 22일은 절기상 소설(小雪)이다.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로 이때부터 살얼음이 잡히고 땅이 얼기 시작하여 점차 겨울 기분이 든다고도 하나, 한편으로는 아직 따뜻한 햇볕이 간간이 내리쬐어 소춘(小春)이라고도 불린다.

하루 전까지만 하더라도 예년 평균기온을 웃돌던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지며 제 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비약적인 표현이지만 겨울의 길목인 11월, 대한민국은 전국적으로 번진 '촛불 민심'으로 기온이 올랐던게 아닐까.

'반성과 책임'의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고, '후안무치의 꼼수'만이 남발되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은 더 차갑고 뜨겁게 돌아서는 기로에 서 있다.

공소장 기재내용 하나 하나에 대응전략을 모색하는 대통령과 청와대, 하야와 탄핵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거듭하고 있는 야당의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더 느끼고 깨달아야 할까.

국민이 만든 헌법의 가치는 오롯이 국민의 뜻에 달려 있건만, 작금에 보이는 모습들은 모두 계산적이고 수가 훤히 보이는 '꼼수 정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안 국민들은 허탈함을 넘어 분노에 울화가 치밀 정도다.

작금의 사태를 불러 온 박 대통령과 측근들의 행태는 일단 접어두자. 문제는 이 같은 일탈과 국정농단을 보고도 어찌할 지 몰라 갈 지자를 걷는 야당의 태도에 있다. 기본 상식이라면, 하야와 탄핵의 차이, 그로 인한 휴유증 또한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야당들은 흔들리는 국정난맥 앞에서도 여전히 '장고'를 거듭하는 것인 지, 아니면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인지 모호한 모습이다.

뒤늦게 야3당이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탄핵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했지만 이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한마디로 탄핵부결에 따른 후유증을 생각하기 보다는 자당의 이득에, 자당의 차기 대선후보의 입김에 갈팡질팡 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탄핵의 기본 요건에 필요한 법리적 해석과 함께 의결정족수인 200명을 채울 수 있을까에 대한 신중론도 중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탄핵 발의 자체에 방점을 두어야지, 그 결과까지 예단해 가면서 흐지부지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만에 하나 그것이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되었다든지, 헌재에서 기각 결정이 났더라도 그 책임과 몫은 국민이 평가할 일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진퇴양란의 모습을 보인 야당에 대한 시선이 곱기를 바라는 모습은 '촛불 민심'에 따라 자신들의 행보를 정하겠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이 투표로 위임한 입법권력은 곧 국민을 위해 일 하라는 명령이다. 그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의원들이라면, 대통령보다 먼저 탄핵 대상에 올라야 한다. 오죽했으면, 탄핵여부마저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그 누구 하나 '의원직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없는 작금의 현실에서 난파된 대한민국호를 건질 의무 또한 국민에게 전가하는 건 아닌지 씁쓸할 따름이다.

장중식/본지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