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차 촛불집회가 열린 세종대로 일대를 가득 메운 모습./사진=장중식 기자

［대전경제=장중식］식을 줄 모르고 타오른 촛불에 첫 눈도 잠시 멎었다.

서울 광화문과 세종대로 일원에서 열린 26일 5차 범국민 촛불집회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전국 190만명의 국민들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 촛불을 판매하는 차량에 붙은 '박근혜 체포' 문구가 눈에 띈다./사진=장중식 기자

영하의 날씨와 눈, 비소식에 참가자들이 예상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오후 7시를 넘어서면서 서울에서만 주최측 추산 15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대전과 부산, 대구, 광주 등 지역집회에서도 40만명이 넘는 시위행렬이 이어졌다.

경찰추산이든, 주최 측 추산이든 인원 수는 중요피 않았다. 어린 아이부터 초, 중고생과 주부, 청장년층에서 70대 이상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성별과 연령을 망라한 국민들이 이 대열에 동참했다.

▲ 26일 제5차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 이른 시간부터 몰려든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유권재 논설위원

이들은 늦은 밤까지 '박근혜 퇴진'과 '하야'를 외쳤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오후 8시 '촛불 소등과 재점화'로 이뤄진 퍼포먼스였다. '아무리 어둠이 깊어도 빛을 이길 수는 없다'는 메시지로 기획된 이 생사는 1분여간 광화문 일대를 어둠으로 채웠다. 하지만, 이후 하나 둘 다시 켜지기 시작한 촛불은 세종대로 일원을 다시 환하게 밝혔다.

다친 사람 하나 없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격려하고 보듬으며, 길거리에 쌓은 휴지를 줍는 모습.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기록이자 생생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 영하의 날씨에도 가족단위로 광화문 광장을 찾은 사람들. /사진=유권재 논설위원

문화공연을 연상케 하듯, 가수 안치환씨는 무대에 올라 외친 한 마디도 새롭게 회자됐다.

그는 광장을 가득메운 시민들을 향해 "전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비폭력 시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최선의 예의를 지키며 대통령이 신속히 퇴진을 하라는 것임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고, 가수 양희은씨가 부른 '상록수'는 촛불을 밝혀 든 시민들과 함께 큰 울림으로 남았다.

▲ 오후 8시 10분. 집회종료 후 청와대 방면으로 향하는 행렬. /사진=장중식 기자

오후 8시10분께부터 8개 경로로 시작된 행진은 거대한 불꽃의 파도였다. 세종대로 사거리를 시작으로 동쪽으로는 종로와 을지로, 서쪽으로는 사직터널과 독립문역까지 이어진 가두행진은 자정에 이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본격적인 탄핵정국이 시작되는 11월 마지막 주, 첫 눈마처 숨을 고르게 한 '촛불 민심'이 향후 정국에 어떤 파고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 생방송을 하고 있는 한 TV 기자와 스텝들의 모습. /사진=장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