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와 SRT 고속열차가 요금 및 운행시간 등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대전경제=장중식］한국철도의 본격적인 경쟁시대가 막을 열었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을 기점으로 하는 수서고속철도(SRT)가 9일 오전 5시부터 정식 운행을 시작하면서 기존 코레일이 운행하는 고속철도 KTX와 처음으로 경쟁체제가 도입된 것이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쟁력 불가' 또는 '수익 쪼개기'란 비판에 직면했던 SRT가 공식 영업을 시작하면서 KTX와 요금 및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면서 이용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 지 주목된다.

출발역이 서울 강남권이라는 점, 그리고 수서~평택~천안 구간 외에는 기존 노선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코레일이 KTX 운영으로 벌어들였던 수익을 SRT가 나눠 먹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주어진 셈이다.

특히 SRT 운행회사인 ㈜SR이 기본요금을 KTX보다 평균 10%, 최대 15%까지 요금을 낮춘데자 열차내 좌석 공간 확장, 무선와이파이와 충전탭 장착 등 고객 서비스에도 신경을 쓴 점도 주목된다.

이 같은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자 코레일의 대응도 빨랐다. 그동안 없앴던 KTX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함과 동시에 경부선과 호남선 출발역을 서울역과 용산역으로 분산하던 전략을 버리고 두 역 모두에서 이용이 가능한 혼합 정차방식으로 전환했다.

특히 광명역에는 셔틀버스 운행 등의 대책을 마련한 데 이어 기종 업그레이드를 위해 조심스럽게 KTX 신차량 구매분위기를 띄우는 등 경쟁력 강화에 부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여기에 역대 최장인 72일 동안 이어진 코레일 철도노조의 파업이 지난 7일자로 사실상 막을 내린 것도 SRT 개통에 따른 경쟁력 강화 부담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철도관계자는 "소비자 위주의 경쟁체제 도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전제한 후, "코레일 경영구조상 KTX에서 발생한 수익을 상대적으로 벽지 노선으로 불리는 지방선(충북, 경북, 영동선 등)의 적자를 메우는 상황에서 자칫 전체적인 적자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SRT는 시속 300km, Super Rapid Train이라는 이름으로 수서~부산 구간 약 2시간 10분, 수서~목포 구간 약 1시간 50분으로 운행된다.

수서역과 동탄역, 지제역이 SRT가 독자적으로 이용하는 노선이며, 경부선은 천안아산역부터 오송, 대전, 김천구미, 동대구, 신경주, 울산, 부산역은 KTX와 공용으로 사용한다. 호남선은 오송역을 거쳐 공주, 익산, 정읍, 광주송정, 나주, 목포역까지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