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기자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12년 9개월 만이다.

자천타천 '전문가'라고 하는 정치평론가는 물론, 매스컴에서는 연일 탄핵의 의미와 향후 정국에 미치는 파장 등을 속보와 특집으로 다뤘다.

문제는 이번 탄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데 있다. 법리적으로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최종 결론이 나겠지만, 그동안 대한민국이 겪어야 할 고민과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워진 경제가 그렇고, 하루 살기가 버거운 서민들의 삶이 그렇다. 일하는 짬짬이 TV 생중계를 보는 이들은 한결 같이 한숨을 짓지으면서도 각자의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누가 되었든 법치질서를 흔들고 그에 따른 잘못에 대해 책임과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가장 큰 상처와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았다.

미국발 금리인상 조짐과 보수정권의 외교전략, 중국과 일본의 대립, 더불어 북핵위기 속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첩첩산중이다.

이후 일정은 차치하고라도 탄핵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의 삶에 대해 진지하고 엄숙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촛불을 밝혀 든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다운 삶'을 헤치는 것들에 대한 척결과 책임있는 위정자가 되어 달라는 뜻이다.

'국정농단'의 회오리 속에 당리당략에 휘말려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체, 갈팡질팡하거나 한 이합집산의 모습을 보여줬던 정치권에 대한 실망 또한 컸다.

오죽했으면 외신조차 작금의 현실을 가리켜 '한국민중에 의한 변화'라고 했을까 곱씹어 볼 일이다. 말로만 '국민'을 앞세우는 그들이 언제쯤 '국민'을 대신해 앞장 설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치권은 물론, 자칭 이 나라 지도자나 원로임을 자처하는 이들은 탄핵 이후 한국의 희망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버린 국민들이 다시는 촛불을 들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