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기자

새해 벽두부터 서민들을 옥죄는 물가인상 소식에 숨이 막혀온다.

맥주와 라면, 계란 등 생필품 가격에 이어 공공요금인 상하수도와 버스, 지하철 요금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수출입 감소와 내수침체로 힘겨운 서민경제는 가계처분 소득마저 줄어 이중고를 겪고 있는 현실에 정부대책은 멀기만 하다.

대통령 탄핵과 최순실 게이트 등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오르기 시작한 물가는 가뜩이나 얇아진 서민들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

사상 최악의 AI사태로 계란값은 불가항력이라고 치자. 세수공백을 메우기 위한 수단인지 몰라도 각종 공공요금이 들먹인다는 것은 곧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서민들이 느끼는 감도는 상상 이상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아무리 내수경기 활성화를 외쳐도 서민들이 쓸 수 있는 자금이 바닥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쓸 돈이 없는데 나갈 돈이 많다는 것은 곧, 가계부도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전조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해 말 맥주, 콜라, 빵, 계란에 이어 라면까지 주요 생필품 제품이 오른 가운데 공공요금마저 올린다면 우리 경제는 전방위적으로 고물가 상승과 디플레이션에 다다르게 된다.

“최근에 가격이 오른 제품의 경우 그동안 줄곧 인상하지 않았던 측면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정부 관계자의 말은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뜻을 담고 있다. 덧붙여 정부 관계자는 "국내 물가 수준이 1%대에 머물러 현재 상승추이가 소비심리에 반영되는 부분은 미미하다고 본다. 좀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김영란법'으로 명명된 부정청탁금지법으로 외식이 줄고 농축수산물과 화훼농가가 직격탄을 맞은데 이어 설 대목을 앞두고 오르기 시작한 물가는 내수부진의 늪을 더욱 깊게 만들 뿐이다.

여기에 2017년 예산을 조기에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의 경제대책이 겹쳐 올 상반기에는 얼마나 물가가 더 오를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돈을 풀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고, 뒤늦게 내놓은 대출규제 정책은 가계부도라는 벼랑 끝 결과를 도출하고 말았다.

도대체 거시적 안목이 있는 것인가 묻고 싶다. 그 때 그 때마다 '급한 불 끄기'식으로 처방을 내놓은 방식을 고집하는 한, 악순환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어도, 서민은 살아야 한다. 아니, 살아 가야만 하는 현실에서 '강 건너 불 구경 하기'에서 '급한 불 먼저 끄고 보자'는 식의 경제정책은 더 이상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장중식/ 본지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