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호택 연세소아과원장.

집을 짓는 건설현장에서 벽돌을 쌓고 있는 세 명의 인부에게 물었다.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첫 번째 인부는 ‘벽돌을 쌓고 있다’고 대답했고, 두 번째 인부는 교회를 짓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세 번째 인부는 ‘하나님의 성전을 짓고 있습니다.’ 라고 했다. 미국의 한 대학교수가 쓴 책에 나온다는 글인데, 워낙 유명한 얘기라서 여러 가지 버전이 나와 있다.

우리는 같은 작업을 하는 이 세 사람이 하는 일을 각각 생업(生業), 직업(職業), 그리고 천직(天職)이라고 부른다.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이 천직이기를 바란다.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니 평생 천직에 종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지만 천직이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갑자기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직업은 아니다. 운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만들기 위한 인고(忍苦)의 세월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참 안타깝다. 단군 이래 가장 많은 공부를 한 세대라고 불리면서도 학교를 나와 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이 유례없이 어렵다.

대학만 졸업하면 골라서 취업하던 세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다.

서울의 지하철은 급행과 완행이 있다. 멀리 가야 하는 사람은 완행열차를 그냥 보내고 다음에 오는 급행열차를 타려 한다. 결국 그게 빠른 길이기에 기다린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비교적 쉽게 취직할 수 있는 중소기업에 취직하느니 더 스펙을 쌓고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직하려 한다. 완행열차를 기피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렇지만 인생은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아니다. 인생의 역정(歷程)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한 편의 드라마이고, 누구나 자신의 드라마에서는 스스로가 주인공이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대기업에 어렵게 입사했지만 1-2년 내에 사표 던지고 나오는 젊은이가 1-20%나 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고, 중소기업에 들어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용의 꼬리 대신 닭의 머리가 되는 연생역전의 드라마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비록 완행열차라 할지라도 일단 올라타서 눈앞에 나타난 작은 기회를 붙잡고, 그 안에서 젊음을 불태울 노력을 통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도 있다.

소위 ‘공시족’이라는 젊은이들을 많이 본다. 젊은이들에게 학교 졸업하고 무얼 하는가 하고 물으면 반 이상이 공무원 시험 준비 한다고 한다. 물론 마음 속으로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축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렇게 좋은 인재가 어째서 그 시험에만 매달릴까’ 하는 안쓰러움도 있다.

공직은 매력적인 직업이다. 크게는 나라를 경영하고, 작더라도 내가 사는 고장의 살림을 도맡아 하며 봉사하는 일을 한다. 그렇지만 요즘의 공시 열풍은 조금 걱정스럽다.

첫째는 공부하는 젊은이가 모두 원하는 공무원이 될 수 있다면야 더 바랄 나위가 없지만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는 시험에 합격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둘째,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는 젊은이 중에 그 직업이 ‘천직’이라서가 아니라 정년까지 보장이 가장 확실한, 말하자면 ‘생업’이기 때문에 바라는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대기업 임원들도 지원자는 많은데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일은 정부가 나서야 할 몫이 가장 크겠지만 젊은이들도 안정된 길만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이지만 전망 좋고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직장을 찾아 열심히 노력해서 먹고 살기 위해 취직하는 생업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내는 천직’을 개척하는 인생을 사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