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본지 대표

선거가 끝났다. 올해도 어김 없이 연말이 되었고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별반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아침'이 열렸다지만 서민들의 삶은 '변함없는 진행형'일 뿐이다.

눈 내리는 성탄전야, 극장가를 찾았다. 딱히 보고 싶다는 영화도 없었지만 오랜만의 성탄이브를 맥없이 보내기에는 씁쓸한 것 같다는 생각에 예매없이 들렀다. 영하 10도를 곤두박질치는 혹한 속에도 극장은 인산인해. 연인과 가족할 것 없이 모두 쏟아져 나온 듯 보였다.

휴 잭맨 주연의 '레미제라블'. 2시간 40여분 동안 계속된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서라운드 음향이 없었지만 원작에 버금가는 주연과 조연배우들의 노래는 물론, 장발장의 이야기를 서사극으로 엮었다는 점, 그 자체만으로 감동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의 연속으로 스튜디오가 아닌 촬영현장 라이브로 녹음한 탓에 효과가 반감했다는 지적과 더불어 시사회 이전부터 매스컴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작업에 나섰지만 실제 감동은 적었고 지루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이어졌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레비제라블보다 1주 앞서 개봉된 '호빗'보다 예매열기가 뜨거웠다. 포털에서는 연일 '개봉 첫 주 100만 돌파' '예매율 1위'라는 실시간 검색어가 떠올랐다. 그만큼 관심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캐스팅 된 배우 면면을 보아도 손색은 없다. 각자 특유의 매력과 연기, 가창력 등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다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의 현실이 떠오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바탕 축제가 되어야 할 대통령 선거 이후, 무언가 모를 착잡함에 연말이 즐겁지만은 않다. 과거, 왕권시대를 뒤엎은 혁명이 아닐 뿐더러 소수 민중이 주도할만한 민중운동도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 빈부의 격차는 늘 있게 마련이다. 그것이 계급주의 사회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소외된 약자들의 삶, 그 피폐한 모습 속에서 무엇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지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제도와 이념을 넘어 인간 밑바탕에 흐르는 강을 보지 못했더라면 이 영화는 '뮤지컬'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영상을 보고 음악에 취하면 그 뿐이다. 

'먹먹했던 가슴 한 켠을 적셔주었다'는 후평의 의미를 몰라도 좋다. 승자만이 독식하는 현실 속에서 패자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승자의 모습을 지켜 볼 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늘 그래왔듯이 '끝은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다소 그 시간이 길게 느낄 지라도 언젠가는 다시 '끝'이 우리 앞에 오기 마련이다.

또 다른 삶이 시작되는 12월, 우리의 내면 속에 흐르는 강물을 하나 둘 챙겨보자. 못났으면 못난데로 잘났으면 잘난데로, 그 물이 하나 둘 모여 바다에 다다를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되었는 지 상상하자. 그 자체만으로 즐거운 시간이라면 지나친 착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