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본지대표

하루에도 수 없이 '스팸문자'가 오지만 연말연시만큼 많이 오는 적도 드문 일이다. 전화를 하기에는 그렇고, 모른 척 하자니 체면이 아닐테고, 하여 '일방통행식 문자인사'가 제격인 모양이다.

혹자는 이런 문자를 보고 "A급과 B급 구별법"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전자의 경우, 문자에 수신자인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는 경우이고, 후자는 수신자 이름없는 문자라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해 개별적으로 보낸 것인가, 집단적으로 보낸 것인가를 구별하라는 얘기다.

이유를 차치하고라도 가장 많은 내용은 '건강'과 '대박'이었다. 가장 많이 쓰여졌던 '복 많이 받으라'는 내용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그만큼 현실이 어렵고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돈 많이 벌던가, 그도 아니면 건강이라도 챙기라는 구체적 덕담이다.

지난해 말 우리는 대선과정을 거쳤다. 공약도 공약이지만 정치권이 걸핏하면 들먹이는 단골메뉴가 있다. 다름아닌 '서민경제의 활성화'다. 무엇이 서민이고 무엇이 활성화인지 가늠조차 힘들지만 말이다. 통계청이나 매스컵 자료에 따르면 '서민=중산층 이하'로 불린다. 30%내외로 분류된 중산층과 10%내외로 잡힌 극빈계층까지 합산할 경우, 한국의 서민은 약 40% 내외가 된다.

소득수준만 본다면 50~60%까지 확대될 수 있는 것이 서민층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왜 어렵다는 이여기만 반복하는 것일까. 가만히 들여다 보면 이들이 대선과정에서 후보자에게 바라는 것들에서 힌트는 있다. 구체적 단어를 끄집어 내자면 '물가 안정' '일자리 창출' 등으로 요약된다.

물가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하는 예금 금리, 해외로 떠나는 대기업의 고용시장. 이는 단순한 시장논리가 아니다. 대기업 위주의 정책에서 가잔 자 위주의 금융정책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이다. 말로는 물가를 잡겠노라고 해 놓고, 대선이 끝나기 무섭게 오르는 공공요금을 보며 유권자들의 허탈감은 말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게 목청을 높여 놓고 '볼 일 끝나기'가 무섭게 뒷통수를 치고 만 셈이다. 부동산은 또 어떠한가. 말지 좋아서 전세이지 내 집 가지고 싶지 않은 서민이 있겠는가. 대출을 끼지 않고는 살 엄두가 나지 않고, 대출조건조차 까다롭고, 이자는 높고, 불확실성 또한 깊어지니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그들은 정녕 모르는 것일까.

정치권은 더 이상 서민을 논할 자격을 잃었다. 전통시장과 포장마차를 찾아 카메라셔터용으로 인증샷을 찍는 것이 서민과의 소통인가. 후끈한 사무실에 앉아 주판알을 튕기는 그들에게 동구 밖 과수원 가는 길 아래, 꽁꽁 얼어붙은 강물 속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딴 세상 얘기일 뿐은 아닌 지, 다시금 되돌아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