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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노동시장, ‘선악’부터 구별하자장중식 /충청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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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0  14: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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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중식 충청일보 논설위원.

최장 10일에 달하는 추석연휴를 보내면서 희비가 교차된 이들은 누구였을까. 오랜만에 고향을 찾고 가족을 만난 사람들에게 추석은 보름달만큼이나 풍요로운 명절이었을 테고, 이런 저런 이유로 한 곳에 머물러야 하는 이들에게는 기억하기조차 싫은 기간이었을 것이다.

속칭 ‘황금연휴’를 맞아 수백만 명이 출국 길에 오르는 동안, 국내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랐다.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해가며 내수경기 활성화를 외쳤지만, 사상 최장의 황금연휴가 얼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리게 했는지는 미지수다.

사상최대의 무역수지 흑자행진 속에서도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하기만 하다. 9월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 국제유가가 국내에 반영되면서 소비자 가격 또한 동반상승했다. 물가는 오르고 주머니 사정은 좋지 않은 서민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내외적인 경기지표는 그렇다 치자. 문제는 추석연휴에 써야 할 돈은 많은데 들어올 돈이 없었다는 데 있다. 실제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의 중소기업 절반이 추석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의 8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자금 수요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이를 방증한다. 중소기업 53.0%가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반면, 원활하다는 응답은 9.6%에 불과했다. 1인당 평균 70만원 대에 이르는 상여금 지급과 관련, 지급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업체도 절반에 그쳤다.

더 심각한 것은 임금체불이다.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올 들어 8월 말까지 누적된 임금체불은 21만여 명, 금액은 총 8909억여 원에 달했다. 21만여 명이라는 규모는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같은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9월 들어 3주간의 ‘체불임금청산 집중지도기간’을 운영했다. 하지만 해결된 금액은 4630억 원으로 전체 체불 임금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일 쓸모없는 기선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국회는 어떠했을까. 9월 말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임금체불로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과 사업주로 하여금 체불임금 청산계획서 작성과 제출을 의무화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체불임금과 실업자, 근로자를 둘러싼 고용시장 실태파악의 책임이 정부에게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사상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한 대한민국 고용시장에서 어려운 일은 피하고 마는 예비취업자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직장을 떠나야만 하는 이들에게 국가가 지급해야 할 실업급여를 가로채는 사례도 청산대상이다.

눈을 돌려 실업급여를 가로챈 사례를 살펴보자.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실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올 8월말까지 부정수급자 1053명을 적발하고, 23억 3000만 원에 이르는 반환명령 처분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부정수급자는 136명, 반환명령액만 10억 3000만 원이 늘어난 규모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날이 갈수록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하는 사례가 진화하고 있는 사실이다.

건설현장과 전혀 무관한 근무이력만 있었던 90년대생 여성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건설사 관계자에게 제공, 1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일용근로내역을 허위 신고하고 수급자격을 신청하여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특히 이를 공모한 사업주에 대해서도 연대반환명령 및 형사고발 조치가 이뤄졌다.

이밖에 직업훈련교사로 계속 근로하면서도 타인명의로 급여를 수령하며 실업급여를 받아 1300여만 원의 반환조치명령을 받는 사례와 타인 명의로 실제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실업급여를 받은 사례까지 수법도 다양했다.

고용부가 기획조사와 시민제보를 통해 근로자들의 피와 땀으로 마련된 실업급여를 부당지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가운데 이를 위해 고용부처만이 아닌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체제도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선악의 구분’이다. 회사사정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회사를 접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자발적 퇴직자나 부당급여수급자는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본의 아니게 임금이 밀리고 직장을 떠나야 하는 이들에게 임금과 실업급여는 기초적인 생활의 근거이자 ‘목숨 줄’이다. 이제부터라도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모색하는 일이야 말로 정부가 국민에게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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