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본지대표

민족최대의 명절을 앞두고 일선 지자체는 물론, 정부조차 물가를 잡겠노라고 난리법석이다. 대선이 끝나고 속칭 '정권 말기 현상'으로 지칭된 물가인상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선거 전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던 물가가 날개를 달은 양 너도 나도 인상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서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의식한 듯, 지자체부터 설 물가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현실과 너무도 거리가 멀다. 생산업체로부터 출발한 원자재 가격 인상에 유통업체들의 마진 경쟁 등이 겹치면서 이미 판매가부터 인상된 것을 어떻게 잡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기껏해서 한다는 것이 '착한 업소' '착한 가게' 등으로 명명된 저가격 업체에 대한 홍보가 고작이다. 그나마 원산지 미표시 업체들을 단속하면서 소비자들이 '속지 말고 사게끔' 하는 정도다. 전기료와 수도요금 등은 잔뜩 올려 놓고 해당업소에 '가격동결'을 독려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나마 서민경제와 직결된 유가가 들썩이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국제유가가 안정된 것이 아니라 환율차에 따른 덕분이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생산자물가가 3개월 연속 내렸고, 하락폭도 컸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장바구니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식탁에 오르는 신선식품 가격은 한파와 폭설의 영향으로 지난달 6.8%나 상승했다. 불과 한 달 만에 배추 46%, 피망 27%, 풋고추 26%가 올랐고, 오이 20%, 시금치와 무는 각각 17%와 7% 비싸졌다. 여기에 전기요금과 상수도 요금 또한 평균 4% 이상 올랐다.

공공요금 인상에 발맞춰 식료품가격 또한 덩달아 춤을 추고 있다. 밀가루 가격과 소주는 8%, 된장·고추장은 7%, 쌀도 6% 가까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눈치가 보였던 탓일까. 시중 한 대형마트에서 서민들의 고충을 어루만지겠다며 '제수용품 인하전' 홍보에 나섰다. 그렇다면 설 명절에는 '재래시장이 마트보다 00%가 더 싸다'는 기사가 사라질 지 궁금하다.

말로만 물가안정을 외치며 유통구조 조차 바로잡지 못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지나지 않는다. 발표 따로 현실 따로 식의 '따로국밥'에 서민들의 삶은 더 고달퍼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