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구 박사

도시는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은 일정한 주기를 갖고 시대환경에 맞게 진화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리먼사태, 유로의 재정위기, 국내경기의 침체에다 최근 앤화 하락, 원화가치 상승으로 인한 수출부진 등으로 경제가 냉각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분위기다

사람들은 대부분 앞으로 닥쳐 올 미래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마련이다. 우리네 삶이 경기 침체의 기나긴 그늘로 덮이고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뒤섞여 있는 지금, 그 마음이 더욱 간절할 것이다.

현재 국내 주택시장은 대내 ․ 외 경기 침체의 악재와 함께 지속적인 집값 하락, 거래 실종 등으로 고사 직전에 처해 있다. 게다가 집 있는 사람들은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고, 집이 없는 이들은 전 ․ 월세 급등으로 기존의 삶의 터전을 등져야 하는 그야말로 대란(大亂)을 겪고 있는 중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도시정비사업은 지구지정만 해놓고 휴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일부 추진하려 했던 지역도 과도한 허가조건으로 사업성이 맞지 않는데다 매몰 비용 부담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으로 얼룩져 근본적 해법에 조금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주택시장의 안정과 국민들의 편안한 주생활 확보는커녕 고통만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현재의 국내 주택시장의 변화와 흐름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요소가 강하게 녹아 있고, 이에 영향을 주는 주택 정책이 큰 변화를 주도해 왔다. 그동안의 주택 정책이 제자리를 찾지 못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속엔 국민을 볼모로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운 여야 정치권의 얄팍하고 복잡한 셈법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스마트한 주택 정책도 이를 감안하여 큰 방향성을 설정하고 가격의 흐름에 과도하다고 할 정도의 민감한 반응을 자제하여 주택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잔존하고 있는 잘못된 법 제도와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주택’의 보유가 도덕적 잣대로 난도질당하는 그릇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도 새 정부의 역할 및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서민위주의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고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보금자리 주택을 지어 분양했다. 이것은 정착되어 가는 부동산시장의 질서를 붕괴시키는 모순을 낳고 말았다, 새 정부에서는 철도 부지를 이용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고 공약을 하고 임기 내 2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싼 주거를 공급한다고 폐철도부지 이용이 과연 진정한 서민을 위한 올바른 정책인지 역지사지(易之思之)해볼 필요가 있다.

망가진 부동산 시장 고쳐서라도 살려야 한다. 새롭게 지어서 공급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기존의 주택을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하여 재생시키는 주택 증축 및 개조의 법적 규제도 풀어서 다양한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그동안 200만호 주택정책에서 부터 보금자리주택까지 서민들을 불모로 물량공급위주의 주택정책에 올인 하여왔으나 하우스 푸어 양산 등 시장의 혼란만 부축인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는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어선 마당에 이러한 공급위주보다는 서민과 젊은이들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서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의 궤도에 들어가도록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한다. 정부는 수요와 공급의 조절 역할만 하고 서민용 임대주택도 민간시장에 뿌리를 내리도록 정책의 지조가 필요하다. 정치가 바뀔 때 마다 흔들리는 주택정책은 결국 집 없는 서민에게 피해를 줄뿐이다.

주택 정책은 여 ․ 야 모두 정치적 이해관계를 앞세우기보다 ‘소통’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정책 수단별로 선택과 집중을 하되, 서민과 중산층을 모두 아우르는 ‘균형’잡힌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만구 박사/대한건설협회 대전광역시회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