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부 2단계 개발의 핵심사안이었던 도안신도시 호수공원을 둘러싼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재원조달은 물론, 정치권 공방으로까지 이어진 호수공원 문제가 급기야는 신도심과 구도심간의 차별논쟁으로 격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 막대한 개발재원, 왜 대전시가 떠맡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대전시가 염홍철 시장의 공약사업인 2500억원 규모의 도안신도시 호수공원 조성 사업을 시 재정으로 충당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지난 27일 대전시는 “올해부터 서구 도안동과 유성구 원신흥동 갑천변 일대 농경지 38만㎡에 도안 생태호수공원을 조성하고 2000억∼2500억원으로 추정되는 조성비용은 시 재정과 주변 주거단지 개발사업 이득금으로 조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전시는 호수공원 주변 47만㎡를 주거단지로 개발키로 한 것. 당초 대전시는 호수공원 예정지가 갑천 옆에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사업비 100%를 정부의 4대강 사업비(국비)로 조달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국비지원이 무산되면서 주거단지 개발을 포함한 호수공원 조성 사업비 4554억원으로 충당한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국비지원불가=시비+개발이익비 충당’이라는 카드를 내세웠다.

◇ 또 다시 불거진 원도심 소외론 '어찌하나'

이 같은 방침이 발표되자 원도심으로 구분되는 동구와 중구, 대덕구의 반발이 시작됐다.
선거 이전부터 도안신도시 추가개발에 회의적 시각을 보였던 원도심 주민들은 “대전시 살림을 쪼개 다시 신도심 개발사업에 쏟아붓겠다는 자체가 원도심 차별”이라는 정서가 깔려있다.

특히 중구지역의 경우, 충남도청 이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원도심 살리기는 커녕, 신도심 중심으로 시정이 선회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환경단체와 한나라당의 반발 또한 거세지기 시작했다.
지난 29일 한나라당 대전시당 윤석만 주거환경특위 위원장은 천동초등학교 앞 양우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9년째 표류중인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즉각적인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 참석한 주민들은 6.2 지방 선거 당시 염홍철 대전시장 후보가 약속한 구도심 활성화 공약을 사실상 폐기하는 것 아니냐며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시민단체들 또한 심상치 않은 우려를 나타냈다.
국비지원이 여의치 않다고 해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이 사업을 서둘러 추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물었고, “공원 예정지 바로 옆에 갑천이라는 천연 수변공간이 있는데 그 옆에 호수공원을 짓는다는 발상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 같은 당 국회의원까지 ‘반대’ 의사에 '당혹'

급기야는 염 시장과 같은 정장소속인 임영호 의원까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임 의원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대전시의 방침에 강한 유감”이라는 서두로 포문을 열었다.

임 의원은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영난으로 원도심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중단된 상태이고, 설상가상으로 올해 충남도청 이전 등으로 원도심의 침체가 예상되는 현 시점에서 생태호수공원 조성사업이 시기를 다툴 정도로 시급한 일인지 대전시에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임 의원은 특히 “그동안 LH를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올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신2지구의 사업재개를 이끌어내 주거환경개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했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라며 “급하지 않은 생태호수공원에 개발사업 이득금과 시 재정을 투입하기 보다는 대전도시공사가 주거환경개선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시드 머니’(seed money)로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 절충안 모색 실패 땐 ‘책임론’ 제기될 듯

서남부 신도시 개발사업 자체를 둘러싼 찬반논쟁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 같은 정책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염 시장이 핵심공약으로 내걸만큼 추진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호수공원 조성에 대한 재원조달이 사실상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수천억이 투자되는 이 사업에 대전시 재정만으로 충당하겠다는 발상부터가 무리수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MB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발맞춰 ‘덕 좀 보겠다’던 구상자체가 사실상 물건너 간 꼴이 되고 나니, 어떻게든 추진은 해야겠고, 그러자니 재정이 부족한 현실이 만들어낸 결과다.

▲ 논란이 되고 있는 도안 호수공원 위치도

물론, 개발을 통한 이익으로 충당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살만한 결정이다. 하지만, 주택보급률과 넘치는 예비물량으로 추산해 볼 때 서남부 2, 3단계 개발사업이 그코록 절실했는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른바 ‘서고동저(西高東低)’ 현상으로 지칭되는 동부지역(동구,중구,대덕구 일원)의 상대적 소외감은 언제든 되살아나는 불씨와도 같은 마당에 염 시장이 굳이 이런 ‘카드’를 내 놓는 이유가 무엇인지 쉽사리 납득하는 시민들이 드물다는 것 또한 문제의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여당은 물론, 자신의 소속당 국회의원마저 조목조목 반발을 표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염 시장의 시정방침이 어떤 모습으로 조정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중식 최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