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 세월을 거슬러 삼국시대로 간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을 주축으로 한 동양문화는 21세기를 사는 지금도 새로운 역사의 조명을 받고 있다. 종교와 문화를 일본에 건네 준 백제문화의 흔적들이 일본 곳곳에 여전하다. 과거 찬란했던 백제문화를 받아들인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오늘날 그들이 어떤 모습으로 선진국 대열에 올랐는지, 현장 속으로  떠나보자.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온천 휴양의 천국, 후쿠오카

(2)천년 고도 교토에서 만난 '한반도'

(3)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 번영의 힘'

(4)초고령화 시대, 노인복지 현장 

(5)실사구시의 혼으로 세계에 선 일본  

▲ 후쿠오카 [Fukuoka]  일본 규슈[九州] 북부에 있는 현(縣). 북서쪽으로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 북으로는 시모노세키 해협, 서쪽으로는 쓰시마 해협, 남쪽으로는 아리아케 해와 접해 있다. 규슈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종합산업도시인 기타큐슈[北九州]가 되었다.일본의 대표적인 온천휴양지역.

일본여행의 시작, 편견을 접어라

일본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일까.

지정학적으로 볼 때는 '열도' '섬나라' 등이 연상되고, 한국과의 역사를 생각하면 '임진왜란' '식민지 지배' 등 좋지 않은 기억이 앞서게 된다.

특히 오래토록 잠재된 감정으로 인해 '쪽바리' 같은 비속어가 먼저 생각나고, 조금은 머쓱하지만 경쟁자 또는 라이벌 이라는 말도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경제문제로 접어들면 생각은 이내 달라진다.

우리보다 10여년 앞선(조선산업과 철강, 반도체 등 일부는 한국이 앞서지만) 일본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경계 대상이기도 하다. 무엇하나 뚜렷한 자원 없이 세계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일본의 현실을 보며 '벤치마킹'을 생각하는 발 빠른 사람도 있다. 일본에서 뜨는 사업은 한국에서 몇년 후 반드시 성공하는 사업이라는 공식과 함께.......

아무튼 이유를 접어두고, 일본에 대한 편견은 접어두고 여행에 올라야 한다.

한국인들의 정서에 깔려있는 배척감, 또는 눈총이 일본의 젊은 층에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일 월드컵이 그렇고 한류열풍에 대한 관심, 그리고 쇼핑과 관광하기에 물가와 환율 등이 괜찮은 국가 라는 정도다.

굳이 과거사를 돌이킨다면, 보수주의자 외에도 자신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알리는 사람 또한 적지 않다. 후자에 기록될 일이지만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히데요시 신사 앞에 조선인들의 무덤인 '이총(귀무덤)'을 보존하고 있는 사실.

작은 것 하나부터 실속형으로 무장

인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 본토는 후쿠오카. 대마도 상공을 지나 후쿠오카 공항에 도

▲ 유황 온천열기로 찌는 계란통

착하면, 왜소한 공항 규모에 다소 실망감을 느낀다.

하지만, 작은 공항 하나에도 실속이 있는 일본이다. 적정한 이용객 수와 빈도를 고려해 무리한 확장을 하지 않는다. 그저 정해진 공간을 어떻게 하면 편리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정도다.

단체 여행객을 맞는 버스 또한 크지 않다.

대략 20여명 내외면 25인승 소형버스, 30명이 넘으면 대형버스를 배정하는 건 기본이다. 물론, 추가비용을 지불하면 되지만 별다른 옵션이 없으면 인원수에 따라 차량을 배정하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다.

▲ 핏빛으로 물든 지옥온천

코스별로 운행하는 버스 기사 또한 별도의 팁이나 옵션이 없다. 손님이 타고 내릴 때 짐을 챙기는 일, 그리고 시시때때로 '아리가또우~(감사합니다)'를 연발하는 미소가 전부다.

특히 정해진 코스 외에는 운행 자체를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하지 않은 코스를 운행하다가 발생할 지 모르는 사고와 보상문제 때문. 

연령 또한 '극과 극'이다. 결혼을 하지 않은 총각 기사로부터 이미 은퇴하고 경로당 한 구석을 차지해야 할 정도의 '촌로 기사'까지. 여력이 남아 있는 한, 일하는 게 미덕이라는 생각이 짙은 일본사람들이다.

▲ 세계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아소산 화산. 곳곳에 마련된 긴급대피소 뒤로 수증기가 피오오르는 모습

'위험'을 '상품'으로 뒤바꾼 사람들

최근까지 일본을 흔들고 있는 대지진은 아직까지도 진행형이다. 일본 열도 어디라 꼽지 않아도 일본열도는 그 자체가 '지진위험지역'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내내 불안해 하거나 초조한 모습은 찾기 힘들다.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재앙을 자신들의 숙명 쯤으로 여긴다. 그러다보니 면면에 숙연한 모습까지 엿보인다.

부동산과 재산에 집착성이 강한 우리와는 달리, 먹고 마시고 즐기는 문화에 익숙하다. 온천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 열도에 후쿠오카는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자 휴양지다.

아직도 섭씨 100도에 가까운 온천수가 끓어 오르는 '지옥온천'과 세계최대규모의 위엄을 자랑한느 아소산 분화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유황가스가 심하게 분출되는 날이면 관람자체가 통제될 뿐 아니라, 행여 관람의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마스크나 손수건은 필수품이다.

▲ 연못에서 분출되는 섭씨 90도의 유황온천

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 도시 곳곳의 산자락에서 24시간 연기가 피어 오른다. 그 아래서 유황가스를 이용해 '유황소금'을 만들어 지역특산품으로 재생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펄펄 품어대는 온천열로 계란과 옥수수를 쪄대는 솜씨도 가관이다. 계란 1개에 1000원을 받는 것을 보며 단순히 환율차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며 자연의 재해를 선물로 둔갑시켜 '세계최대, 최고의 온천휴양지'로 둔갑시킨 일본사람들. 한국 관광객이 30%를 넘어설 정도로 사시사철 인기만점은 후쿠오카는 한때 주일 미군들의 '휴양지'로 부촌을 형성하기도 했다.

마치 대전 유성의 족욕탕을 연상시키는 지옥온천을 뒤로 하며 그들이 생각하는 일본은 진정 '지옥'일까 천국일까 하는 우문을 스스로 던져보았다. (다음에 계속)

/후쿠오카 = 장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