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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법정 스님에 대한 추억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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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18  11: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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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섬기고 따르는 종교는 다르지만 난 법정 스님을 인간적으로 존경한다. 우리 기독교 성직자나 평신도 중에 법정 스님과 비슷한 분이 타나나기를 기다리는 마음도 늘 갖고 있다. 닮고 싶은 지도자다.

그가 남긴 글 중에 이런 게 있다. ①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있다는 것이다.(무소유) ②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그 일에 묶여 있지 마라.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라.(일기일회) ③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이다.(홀로 사는 즐거움) ④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때일 뿐, 그러나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버리고 떠나기) ⑤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내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답게 살고 싶다.(오두막 편지) ⑥빈 마음 그것을 무심(無心)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마음(本心)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 있는 것이다.(물소리 바람소리) ⑦“어느 깊숙한 두메산골에 화전민이 살다가 비운 오두막이 있다는 말을 한 친지로부터 전해 듣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길을 떠났다. 그야말로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전기도, 통신수단도 없는 태고적 그대로인 곳이었다. 처음 오두막을 찾아갈 때는 사람이 거처할 만한 집인지, 둘레가 어떤지, 내 눈으로 살펴보고 한 이틀 쉬었다가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룻밤 쉬어보니 그대로 눌러 있고 싶어졌다. 그 오두막에서 나는 꼬박 열하루를 지냈다.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은 무엇보다도 사람 그림자를 전혀 볼 수 없는 점과 그저 그렇고 그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미치지 않는 점이었다. 나는 근래에 와서 사람을 그리워해 본 적이 없다. 사람들에게 시달린 처지라 사람 꼴 안 보니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 한 시인의 표현처럼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그런 사람이다. 곁에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그리움의 물결이 출렁이는 그런 사람과는 때때로 만나야 한다.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으면 삶에 그늘이 진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지극히 사무적인 마주침이거나 일상적인 스치고 지나감이다. 마주침과 지나감에는 영혼에 메아리가 없다. 영혼에 메아리가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그 오두막에서는 밤낮으로 시냇물 소리가 들려 영혼에 묻은 먼지까지도 말끔히 씻어주는 것 같았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될 때 할 수 있다면 그런 오두막에서 다음 생으로 옮아가고 싶다. 사람이 많이 꼬이는 절간에서는 마음 놓고 눈을 감을 수도 없다. 죽은 후의 치다꺼리는 또 얼마나 번거롭고 폐스러운가.”(오대산 쯔데기골 화전민 오두막에서)

법정 스님이 세상을 뜨자 유안진 교수가 이렇게 그를 추모했다. “주님, 큰스님 법정의 영혼을 받으소서. 가톨릭 성당에서 신자인 저는 저도 모르게 이렇게 빌고 말았습니다. 처음으로 입 다문 채 온 가슴으로 불교의 스님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먹물 옷깃의 향기가 제게 이토록 깊게 스민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해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이 그리워서 스님의 입적 소식은 다시 큰 슬픔이 되었습니다. 법정을 읽고 저의 종교에 더욱 순복하게 되었고, 새 삶을 돌아보아 옷깃을 여미었고, 어쭙잖게 써 온 글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쳐주시어 감사했습니다. 손수 지은 외딴 오두막에 방석 하나 호롱불 하나로 무소유의 참 자유와 참 행복을 보여주신 삶에서 가진 게 많은 걸 깨달아 무한 부끄럽고 또한 몹시 부럽기도 했습니다. 삶이 단순해야 광활한 정신 공간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면서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 놀라운 신비라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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