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중식 대표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정년연장과 관련, 재계는 물론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논란에 휩싸였다. 얼핏 보기에는 국민들의 일자리 보장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일단 거부감을 표하고 있는 일선 기업들, 정확히 말해 사용자들은 정년연장이 될 경우에 부담해야 할 임금과 각종 지출에 부담감이 크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높아진 연봉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막연하게 정년만 늘려 놓고 적당한 임금을 준다면 계약직이나 일용직에 지나지 않는 말 그대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시큰둥한 분위기다.

이처럼 갑론을박 속에서는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임금피크제와 관련, 원론적인 그림만 그린 채 묘수 찾기에 부심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인지를 따져봐야 하고 노사 양측이 모두 만족할만한 적정수준을 찾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곳곳에 숨어 있다. 말이 60세이지 사실상 우리나라 평균 정년은 58.4세다. 더 솔직히 말해 이런 저런 이유로 명퇴를 신청하거나 보직이 주어지지 않는 대기발령 형태까지 사실상 정년퇴임자에 포함할 경우, 그 연령은 53세에 불과하다. 이 같은 7년의 시간이 임금과 연계될 때 사용자의 부담 또한 비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젊은 예비취업자들의 우려섞인 목소리다. 대학을 졸업하기가 무서운 젊은세대에서는 이번 정년연장 법제화가 가뜩이나 어려워진 취업 문을 더욱 좁게 만들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보험료와 세금 등에 대한 부담과 노년층에 대한 부양의무마저 겹쳐 자칫 세대간 갈등마저 우려된다.

잠시 대학가로 눈을 돌려보자. 보편적으로 대학 졸업에 필요한 학기는 평균 8학기가 맞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졸업 연한이 8학기가 아닌 9~10학기 이상으로 넘어서고 있다. 이는 재학생의 신분으로 누릴 수 있는 특권(예비취업자, 스팩쌓기용 시간 등)이 졸업생으로 감내해야 할 부담(취업재수생, 준실업자 등)보다 낳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한가지 우울한 것은 이들 청년들이 내몰린 등록금 부담이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받은 학자금 대출은 물론, 한 두 학기 휴학을 하며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것이 오늘날 한국 청년의 현 주소다. 결국 이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청년실업자로 전락하고 만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정년연장이 이뤄질 경우, 상대적으로 근무연한이 짧은 신참사원들의 업무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아직까지도 연공서열을 따지는 한국 직장의 구조상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고, 그에 따른 업무 과부하는 필연적으로 따라 붙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노년층들의 불만 또한 녹록치 않다. 이들의 상대적 갈등세대인 청년층을 위해 일생을 바친 이들에게 최소한의 일자리마저 주어지지 않는다면 이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일정의 퇴직금과 연금 등을 확보하지 못한 노년층들에게 60세는 말 그대로 부담만 가는 세대일 수 밖에 없다. 청년층의 미래를 위해 이들이 담보한 노동과 시간은 어떤 형태로든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 또한 쉽게 묵과하기 어렵다. 그것이 바로 우리 부모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를 두고 학계에서는 근속연장과 생산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과도기적 조치라는 의견과 이참에 근속연수가 아닌 직무능력을 시험할 좋은 계기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결국, 오늘날 한국 노동시장의 생산성과 효율성은 얼마만큼일 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높은 임금과 3D 업종의 회피현상까지 겹쳐 해외로 나가는 기업의 현실을 누구나 알고 있는 마당에 마냥 일자리 연장과 복지만을 고집할 수도 없다.

청년은 청년대로 취업에 목말라하고, 노년은 노년대로 일자리 보존만 요구할 경우 해법은 점차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모든 길은 ‘효율성’에 있는 만큼 어떤 것이 바람직한 대안인가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 고용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먼저 살펴야 한다.

일부에서는 정년연장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임원은 “일본의 경우 60세 이상 정년의무화를 한 시점이 1998년인데 1994년부터 논의를 했다. 1994년은 일본이 65세 인구비중이 14%가 되는 시점이었다”고 전제한 후,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인구비율이 11%대로 14%수준이 되려면 2017~2018년은 돼야 적정한 시점”이라고 주장한 대목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임원의 말대로라면 우리나라의 경우, 나이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월급도 비례증가하는 구조 속에서 고연령의 임금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 국내 기업의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34세 이하보다 3배정도 많아 고령자 1명의 정년을 연장할 경우 청년근로자 3명을 채용을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었다.

이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거시적 차원에서 볼 때 정년연장 논란은 세대간 갈등을 넘어 한국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다소 빠르다는 지적도 제기되었지만, 이제부터라도 해당 주체는 물론, 정부와 학계, 그리고 정치권이 한 데 머리를 맞대고 효율적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그것이 문제를 앞에 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지혜다.

장중식 /본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