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구 박사

계절의 변화는 어느덧 봄의 문턱을 넘어선 지 오래다. 변덕스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꽃은 피고 신록의 계절 5월이다.

필자는 작년 말 도안신도시로 이사를 했다. 앞에는 월평공원이 배수진을 치고 밑으로 유유히 갑천이 흐르고 멀리에는 보문산 구봉산이 병풍을 치고 동측과 서측에는 계족산과 금병산, 서쪽에는 빈계산과 바로 밑에 호수공원 예정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아침 일출장면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먼저 살던 곳도 갑천의 자연 자연환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쾌적한 곳이었다. 17년 동안 살면서 내 인생 중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필자도 그동안 9차례 이사를 거쳐 여기까지 오는 동안 집을 보고 결정한 것은 모두가 아내의 결정이었다. 그렇다고 아내가 부동산에 대한 지식이나 매사에 관심이 큰 사람도 아니다.

필자는 언론에 부동산 및 건설정책에 대하여 자주 언론에 기고도 하고 토론회 등에서 전문가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집에만 오면 아내에게 충고와 때로는 핀잔을 듣기도 하고 열등의식을 가져본 경험도 있다.

유익한 글들을 정리하다가 지인이 보내준 글이 재미있어 그대로 인용해 보았다. 우리나라 주부들의 감각이 800년간 이어온 그들만의 경험적 감각을 유산으로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함부로 주부들 앞에서 떠들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다.

어느 부동산업자의 단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자. 직장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기획부장이다. 그분은 어느 날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거품론을 말하곤 아내의 반대를 무릅쓰고 개포동 집을 팔고 강북으로 이사 갔다. 그 후로도 강남 집값은 줄 창 올랐다. 이에 열 받은 아내가 “당신 진짜 기획부장 맞나? 그놈의 회사 잘되겠다.”라고 면박을 주었다고 한다.

졸지에 헛 똑똑이가 남편은 이제나 저제나 집값 내려가길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논리적이진 않지만 여자들의 감각이란 건 무시할게 아니란 걸 그때 알게 되었다. 아내의 부동산 감각은 남편을 능가한다. 왜 아내는 부동산에 강할까?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원시시대 여성은 주거지를 담당했다.

어디에 자리를 잡아야 먹 거리를 채집하고(쇼핑), 아기를 키우기에 적당한지
(교육), 동료들과 협동에 유리한지(교통)를 판단해왔다. 그리고 아기를 키우는 데는 집은 필수적이었기에 집 소유에 대한 집념이 남성보다 강하다.

수백 만 년 동안 주거지선택에 관한 능력을 개발해온 여성이 부동산에 대해서 일가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여성의 유전자에는 수 백 만년동안 주거지를 선택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능력이 새겨져 있다!

여성은 결혼 후 살림을 살면서 집의 구조나 기능 그리고 환경을 경험하면서
집에 대한 생각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변한다. 반면에 남자들은 그냥 퇴근 후 자신의 몸을 쉴 수 있는 공간이란 추상적 개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이 세상 보통 남편들은 자신이 아내보다 가방 끈도 더 길고 똑똑하다고 착각하기에, 타고난 부동산 전문가인 아내의 의견을 무시하다가 나중에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남편은 언제(When)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에 아내는 어디(Where)에 초점을 맞춘다. 남편과 아내의 투자방식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

외국에는 부동산투자와 관련해서 이런 격언이 있다.
"첫째도 Location(위치),둘째도 Location(위치),셋째도 Location(위치)"

부동산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언제 사고 언제 팔지를 맞추려고 애쓰지 마라! 그건 아무도 모른다.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틀리는지 옛날 신문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향후 부동산시세 전망을 연속적으로 일관되게 맞춘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부동산 시세는 단기적으로 볼 때 경기부침에 따라서 오르고 내리지만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단기적인 부동산의 부침은 중요하지 않고 오히려 향후 많이 오를 수 있는 지역을 고르는 게 더욱 중요하다.

언제(When)가 아니라 어디(Where)에다 초점을 맞추는 아내의 부동산 투자 접근법이 효과적이고 실용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다 같이 잘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

김만구/ 대한건설협회 대전광역시회 사무처장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