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반복되는 재래(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효성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설과 추석 등 명절 때만 되면 ‘대형마트 VS 전통시장 가격’이라는 대결구도를 가격비교만으로 부추기며 소비자를 유도하는 전략만으로는 근본대책이 되지 못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가장 흔히 발표하는 활성화 대책은 현대화 사업과 온누리상품권, 그리고 대국민홍보 전략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 전통시장의 소멸은 해가 지날 수록 급증하고 있다.

규제와 홍보 불구, 전통시장 '내리막길'

지난 달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통시장은 지난 2003년 전국적으로 1695곳에 달했지만 7년 후인 2010년 에는 1517곳으로 총 178곳이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같은 기간에 대기업의 SSM은 234개에서 928개로 증가, 대형마트는 265개에서 450개로 증가해 대조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시설노후화 및 부족한 서비스로 주부 등소비자들로부터 전통시장이 외면을 받는 동안 대형마트와 SSM이 공격적 전략을 구사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은 어떠했을까.
시설현대화 사업 추진과 동시에 SSM이 전통시장 1㎞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조차 별다른 약효(?)가 없자 급기야는 올 2월부터는 대형마트와 SSM의 심야영업시간 제한(0~8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실질대책 모색할 때

이 같은 조치에 대한 평가조차 극명하게 달랐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의견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긍정적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 결과를 접어두고라도 전문가들은 보다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첫째, 전통시장과 대형마트가 차별화될 수 있는 품목의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상인연합회 진병호 회장은,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것은 대학생이 초등학생과 경쟁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 후, “대형마트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전 품목을 취급하는 것이 문제인만큼 최소 1차상품만이라도 대형마트가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에 대한 정부관심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소기업연구원 남윤형 박사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시장과 슈퍼는 유통기능을 나름대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소비를 대형마트가 모두 빼앗아 가도록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LG경제연구원 강선구 연구위원은 “효율성만보면 대형마트가 경제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지만 경기가 어려울 때는 타격이 더 큰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분배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길 찾는 시장에 획기적 '인센티브' 제공도

이 같은 주장과 더불어 광역지자체의 전통시장 지원대책도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달 26일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하반기에 시장에 사회적기업을 전격 도입했다.

이는 곧 상인회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체 사업을 발굴해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으면, 도는 인건비와 경영컨설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반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만 머물지 말고 전통시장과 영세상권도 자체적으로 경쟁력 높이려는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남대문 시장처럼 특화만이 살 길

시장경영진흥원 박세진 연구원은, “소비자를 끌 수 있는 특화된 시장이 많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서울 남대문시장과 제주 5일시장은 중국인과 일본인이 많이 몰리는 것처럼 우리의 문화유산을 관광시장으로 육성해 보는 방법이 그 중 하나다.

광운대 경영학부 임영균 교수는, “영세 상인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과 보호에는 한계가 있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라며 지나친 기대주의의 확산을 경계했다.

한편, 대전과 충남지역 전통시장은 2010년 말 현재 대전이 32개, 충남이 71개 총 103개소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대형마트는 15개, 기업형수퍼마켓(SSM)은 33개소로 이들이 올리는 매출은 해마다 두 자리수에 가까운 신장세를 기록, 전통시장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장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