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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를 통해 본 한국인의 모습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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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28  15: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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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단 3행 6음절 45글자 내외를 가지고 심오한 철학이나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충절이나 인간사 연모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세월의 풍경을 노래하는 것은 대단한 문학적 실력이다. 망해가는 고려에 대한 당대 지성인들의 감회는 처절하기까지 하다.

①“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험하구나/반가운 매화는 어느 골에 피었는고/석양에 홀로 서 있어 갈 곳 몰라 하노라”(고려 신하로 조선 건국을 반대한 이색의 지조와 충절이다. 망해가는 고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구름이 험한 골짜기로 석양에 갈 곳 몰라 하는 맘으로 표현하고 있다.) ②“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오백년 왕업이 목적에 담겼으니/석양에 지내는 객이 눈물겨워 하노라”(원천석이 폐허가 돼버린 고려 수도를 돌아보며 아쉬움과 허망함을 그려냈다. 만월대는 고려 왕궁터요, 추초는 가을 풀이요, 목적은 목동들이 부는 피리를 뜻한다.) ③“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네/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길재가 쓴 작품으로 망해버린 고려 왕조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자연과 대조하여 쓴 것이다. 필마는 한 필의 말이요, 의구는 옛날과 같음이요, 인걸은 고려의 옛 신하들을 말함이다.)

이때에 망해가는 고려에서 새로 등장하는 조선으로 배를 갈아 탄 신하들도 있었으니 그들의 명분도 들어보자. ①“선인교 내린 물이 자하동에 흘러들어/반 천년 왕업이 물소리뿐이로다/아이야, 고국흥망을 물어 무엇하리오”(조선 개국 공신인 정도전의 글이다. 망한 고려보다는 새로 개국하는 조선에 대한 애착이 묻어 있다. 선인교는 개성에 있는 다리요, 자하동은 송악산에 있는 마을이다.)②“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겉이 검은들 속까지 검을쏘냐?/겉 희고 속 검은 것은 너뿐인가 하노라”(고려의 신하로 조선 개국에 적극 참여했던 이직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 시이다. 자신을 까마귀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겉 희고 속 검은 이중인격자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제 단종을 폐위하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세조에 반대하여 목숨을 바친 사육신(死六臣)들의 농도 짙은 충심을 읽어보자. 지조를 지킨 충신들의 결의는 양귀비꽃보다도 더 진하다. 오늘날 정치계에서는 보기 드문 멋쟁이들이다. 이런 멋이 있어야 정치도 예술이 될 수 있는데 요즘엔 너무 저질스럽다. 명분도 없이 억지를 부리는 진영논리나 아전인수는 국민 정서에 농약 같은 피해를 주고 있다. 신바람이 나야 하는데, 가슴에 멍울만 남기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육신들의 시를 참고로 읽어보자.

①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까 하니/봉래산(금강산) 제일봉에 낙락장송되었다가/백설이 만건곤할 때 독야청정하리라“(성삼문의 절개를 본다. 용감한 자는 한 번 죽고 비겁한 자는 날마다 죽는다. 오늘도 신앙이든, 정치든 간에 한 번 결심한 대로 선(線)을 유지하며 반듯하게 걸어가는 지조를 보고 싶다.) ②”간밤에 불던 바람에 눈 서리쳤단 말인가/낙락장송이다 기울어가는구나/하물며 못 다 핀 꽃이야 일러 무엇하리오“(유응부의 글이다. 단종을 물리치기 위해 세조가 일으킨 계유정난의 횡포를 비판하고 인재들의 희생을 걱정한 글이다. 사육신 중 유일하게 무신(武臣)이었다. ‘바람’과 ‘눈서리’는 정치적 시련을 의미한다.) ③천만 리 머나먼 길에 고운 님 여의옵고/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며 흘러가는구나”(세조 때 죄인을 심문하던 금부도사 왕방연의 작품이다. 단종이 영월로 유배될 때 호송책임자였는데 돌아오는 길에 이 시조를 읊었다. 냇물과 자신의 마음을 연결한 그 절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보게 된다.) ④“방 안에 켜 놓은 촛불 누구와 이별하였기에/겉으로 눈물 짓고 속타는 줄 모르는가/저 촛불 나와 같아서 속타는 줄 모르도다”(사육신의 한 명인 이개의 글이다. 단종의 폐위를 임과의 이별로 비유하고 자신의 심정을 촛불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최근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충성이나 지조나 일편단심이란 말을 다시 생각해 본다. 모두 시류의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잡풀이거나 갈대의 모습뿐이니, “면종복배”(面從腹背)의 쓸쓸함과 “감탄고토”(甘呑苦吐)의 모습만 횡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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